'정주영·이병철·이해진' 다음은 나…한경 청년버스에 모인 예비창업가들

입력 2024-08-25 17:08   수정 2024-08-26 13:37



“우와아”

1538도에 달하는 붉은빛을 띤 거대한 후판(건설·선박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철강)이 압연기를 빠져나와 눈앞에 등장하자 함성이 쏟아져나왔다. 7~8m의 거리에도 뜨거운 열기에 오랫동안 정면으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 18~22일 서울경제진흥원과 강북청년창업마루, LINE PR, 한국경제신문 등이 주최하고 조금다른길이 주관한 ‘청년괴짜 인생버스’에 참여한 예비창업가 청년들은 경북 포항 포스코에서 직접 철강공정을 본뒤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은행 ESG기획부와 (주)하이테커의 후원으로 진행된 민관협력 청년동행프로젝트다.

청년들은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돼 사진도 영상도 허가되지 않아 직접 방문한 허락된 인원만 볼 수 있는 철강공정을 보며 “기업을 일군다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수만명의 직원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쓰는 철강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기업가정신이 얼마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K-기업가정신 장려해 벤처창업 성공률 높여야"




벤처창업은 한국 산업의 가장 약한고리중 하나로 꼽히는 분야다.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기업으로까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10년사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랭크된 국내 기업은 62개인데, 이중 신규 진입은 16개(26.2%)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33.8%)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창업의 주역인 청년들이 보다 많이 벤처 창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게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청년괴짜 인생버스는 이같은 취지로 시작됐다. 미래의 데카콘 기업을 꿈꾸는 28명의 예비창업가는 HD현대중공업, 포스코, 진주 지수마을, K기업가정신센터, 성심당 및 선배 벤처창업가들을 찾았다.

어렸을적부터 창업을 꿈꿔온 22세 대학생 이한상씨. 이 씨는 지난해 창업과 관련한 작은 성공 경험을 했다. 삼촌이 운영하는 보쌈집을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홍보했고 실제 매출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온라인 마케팅 창업에 뛰어들기에는 관련 인맥, 지식, 자산 등이 하나도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울산 HD현대중공업 본사를 찾아 63빌딩보다 큰 배를 만드는 현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기념관 등을 둘러본 후 결심이 섰다. 그는 “정 창업주가 아무것도 없이 이정도 규모의 여의도 2배 규모의 전세계 1등 조선소를 만들어 낸 것을 보며 ‘나라고 못할건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창업주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쌀집 아르바이트 생활로 사회생활을 시작 기업가 정신하나로 현대그룹을 만들어냈다.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영국 바클리스 은행과 그리스 리바노스 회장을 설득해 조선소를 설립한 일화는 한국산업사(史)의 전설로 남아있다.

이씨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 창업주의 말이 마음에 남아 앞으로 저의 창업 과정에서 두고두고 기억하려고 한다”고 했다. 본사 안내를 맡은 이영덕 HD현대 문화부문 상무는 “현대그룹을 일군 정주영 정신은 청년 창업의 모범”이라고 했다.



포스코의 창업 과정도 드라마 그 자체다. 박태준 포스코 창업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외 투자자들의 전망을 뒤엎고 모래밖에 없는 포항 남구에 제철소를 지어 현재의 포스코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실패하면 ‘우향우’해 동해에 다같이 빠져죽자는 마음으로 성공해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투자회사 창업을 꿈꾸는 24세 전우진씨는 “1세대 창업자들의 사례를 ‘올드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포스코의 탄생 일화를 보며 그때와 지금은 창업 환경과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전혀 다르지만 ‘기업가 정신’이라는 본질적인 부분은 여전히 가져가야할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21세 김은경씨도 “소니 애니메이션·드림웍스와 같은 회사를 세우는게 목표인데 나도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AI시대에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 필요"

예비 청년 창업가들은 기업가정신의 본산이라고 불리는 경남 진주 지수마을도 찾았다. 진주 지수마을은 이병철(삼성), 허만정(GS), 구인회(LG), 조홍제(효성) 창업자들이 유년·청년 시절을 보낸 마을이다. 이들의 '사업보국'(사업으로 나라를 일으킨다) 정신과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여전히 이 마을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마을에선 K기업가정신센터를 운영하며 기업가정신에 대한 강연도 열고 있다. 이날 강연을 맡은 엑셀러레이터 김송숙 비즈코웍 상무는 “AI 등이 도래하는 새로운 시대에선 기존 대기업 오너들이나 전세대 IT 시대의 창업가보다 여러분이 더 전문가일 수 있다”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토스, 직방, 우아한형제들이 기존 시장의 균열을 일으키며 혁신기업이 된 예시를 들며 ”기존 성공한 기업은 어쩔 수 없이 안정적인 분야위주로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건 여러분이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지역 혁신 기업의 대명사가 된 성심당의 본사도 찾았다. 임영진 성심당 대표의 맏딸인 임선 성심당 이사는 청년들과 직접 만나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집중하면, 회사에 ‘복리’로 돌아온다는 원칙에 집중한게 성공비결”이라고 전했다. 건설 분야 회사를 다니며 부동산 부문 창업을 꿈꾸고 있는 29세 김재용 씨는 “엄청난 자극이 됐다”면서 “기본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 성공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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