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으로 낳은 딸과 똑같은 외모의 아이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해 유전자 검사를 요구한 엄마의 사연이 중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4일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 등에 따르면 상하이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3일 친구에게서 "혹시 딸을 잃어버렸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딸과 함께 집에 있었기 때문에 아니라고 답했지만, 지인이 보내온 아이의 외모가 딸과 너무 흡사해 깜짝 놀랐다. 해당 사진은 상하이의 한 지하철역에서 길 잃은 아이의 부모를 찾기 위해 한 누리꾼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었다
A씨는 2020년 상하이의 한 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딸을 낳았다. 따라서 당시 병원이 착상 실패에 대비해 냉동시켜놓은 여분의 수정란이 실수 또는 고의로 유출된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아이의 부모를 찾아준 누리꾼에게 연락했지만, 친모가 연락처를 남기지 않아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그는 온라인에 딸을 인공수정으로 낳은 사정과 두 아이의 사진 등을 공개하며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감정을 요구했다.
A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딸을 계속 지켜봐 온 가족과 친구들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아서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싶었다"며 "단순히 두 아이가 닮았을 뿐이라면 친구로 지내도 된다. 악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증거가 없어서 경찰이 도울 방법이 없단 답변을 받았다.
해당 사연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길 잃은 아이의 부모는 극심한 비난과 압박에 시달렸다. A씨에게 직접 연락해 자연분만으로 딸을 낳았고 누명을 쓴 사람이 응할 이유가 없다며 친자감정을 거부하고는 사진과 영상 삭제 등을 요구했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정이 필요하단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아이의 부모는 누명을 벗기 위해 딸의 출산 관련 의료기록 등을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 A씨는 20일 동영상을 모두 삭제한 뒤 “어머니의 본능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줬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에 현지 누리꾼들은 "아이 때는 비슷해 보여도 커가면서 얼굴이 달라진다", "아이의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친자감정을 강요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A씨를 비판하고 나섰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병원이 인공수정 배아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중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중국에선 539개 의료기관이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등 인간보조생식기술을 승인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체 출생인구의 약 2%를 차지하는 약 30만명의 아기가 매년 시험관에서 태어나고 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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