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기술 혁신과 생산성의 함정

입력 2024-08-25 17:09   수정 2024-08-26 00:10

수천 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어 가는 과정은 점진적이지 않다. 외부의 갑작스러운 변화의 요구, 특히 새로운 기술 출현에 따라 한 단계씩 도약하는 방식으로 변화돼 왔다. 나무 나이테가 서서히 늘어나는 과정이 아니라 애벌레가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고,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식으로 급변하는 과정이었다.

경기 일산에서 서울역까지 차로 운전해 출퇴근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1단계는 지속적으로 반복 운전을 하면서 도로를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다. 2단계에서는 지도가 주어진다. 더 이상 도로를 기억할 필요 없이 종이 지도를 참고해 시행착오를 줄이며 길을 찾을 수 있다. 3단계에서는 더 이상 지도를 보는 번거로움 없이 GPS를 활용해 현재 위치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자율주행이다. 이제 운전해야 하는 수고로움마저 줄일 수 있다. 지도→GPS→자율주행은 급격한 기술 발전의 상징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지도 보는 법을 주기적으로 교육한다면 수행의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은 일하는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가까운 미래에 조직 내 ‘스킬의 불균형’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군이다. 구성원들이 이 같은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기주도적으로 경력 개발을 위한 스킬을 향상할 수 있는 육성 체계 및 적절한 리소스(자원)를 적기에 제공해야 한다. 기업은 기술 도입에 앞서 도입 과정에서 끊임없이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는 조직의 전략 목표와 일치하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포함돼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스킬의 불균형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 분석 분야 역시 기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업스킬(up-skill)’해야 할 영역으로 외부 채용과 내부 육성의 균형적 확장이 필요하다.

제조업에서는 육체적인 노동, 매뉴얼에 따른 단순 작업에 필요한 능력이 전체 산업군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장 직원들의 ‘리스킬(re-skill)’ 영역 또한 중요하다. 사업 전략과 연계해 능동적인 ‘업스킬’과 ‘리스킬링’ 전략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업무에서 요구되는 능력과 실제 구성원이 보유한 능력의 불균형을 야기할 것이다. 결국은 기술의 고도화가 실제 업무 생산성 향상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생산성의 함정(the production myth)’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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