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어떤 정치적 이유로 인해 나누어진 국가를 하나로 다시 합치는 정치적 행위’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통일은 다시 하나로 합친다’는 문장에는 ‘분단 현실을 부정하는 것’과 ‘합쳐진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국 통일은 ‘어떤 정치체제를 부정하고 어떤 정치체제를 지속할 것인가’와 동의어다. 이는 통일이 정치체제의 선택이며, 체제를 무시한 통일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감성적 민족주의에 기반해 체제를 무시한 통일지상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하라는 의미도 있다.
통일한국은 잘못된 체제를 부정하고 선택된 체제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남북한은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유지해 왔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북한은 전체주의 독재체제다. 두 체제의 확연한 차이는 자유의 유무이며, 자유의 유무가 삶의 질의 확연한 차이를 만들었다. 따라서 통일한국은 북한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속하는 것이 역사적 순리다.
통일한국에서 자유가 소중한 까닭은 ‘자신이 주인이고자 하는 갈망을 갖고 그 갈망을 실현할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는 풍요와 번영, 평등, 법치, 인권과 평화의 기반이다. 이처럼 자유는 ‘자기 삶을 완벽하게 자주적으로 지배하고 독립적 객체로서 기능하게 하는 가치’다. 따라서 통일한국은 자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자유공동체가 돼야 한다.
한국은 30여 년 동안 민족을 고리로 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분단 장기화로 북한에 의해 민족의 개념이 오염·훼손됐다. 즉 한국은 역사적 정통성에 바탕을 둔 (한)민족이지만 북한은 주체사상에 기반을 둔 김일성민족이다. 이런 현격한 차이는 민족공동체 형성에 큰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연결고리는 민족보다 자유여야 한다. 자유의 가치가 남북한 주민의 미래를 더 잘 보장해줄 것은 자명한 이치다. 또한 자유통일이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해 온전한 독립과 건국을 완성해 준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지난 1월 북한 김정은은 ‘적대적 2국가’ ‘통일 불가’를 천명했다. 이는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 필요성을 역설한 방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통일 독트린’은 이런 시대적 소명을 담은 것이다. 이제 ‘다짐’을 넘어 ‘실천’ 방안이 중요하다. 우선 우리의 국력을 신장해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각종 난제에 대비하고, 난제 해결을 위한 정교한 전략전술의 실천 방안도 요구된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통일에 동참하도록 자유 가치를 전달·이식할 정보화 대안을 마련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와의 강한 연대로 자유통일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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