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무용사전과 세계현대춤사전에 등재된 한국 대표 안무가 안애순(63·사진)이 새 작품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는 최근 국립무용단의 ‘행 +-(플러스 마이너스)’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번 작품은 춤이 아니라 몸짓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서울 국립극장의 새 레퍼토리 시즌(2024년 8월~2025년 7월)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안애순이 국립무용단과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애순은 “작품의 주요 모티프는 춘앵무와 화문석”이라고 짚었다. 춘앵무는 왕 앞에서 추는 궁중무용으로, 엄격한 규율과 규칙으로 포장돼 있다. 화문석은 과거 무용수가 벗어나지 못하고 그 위에서 춤을 추는 사각형 공간이다. 시스템, 틀 등으로 대변되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부수면서 공연이 본격화했다. 무용수들은 춘앵무를 닮은 단순한 움직임을 보여주다가 곧 행과 열을 이루며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 단조롭고 획일화된 군무도 어느새 변해 있었다. 무용수 저마다 각각의 몸짓을 물 흐르듯 연결해 입체적인 군무로 재탄생시켰다.
안애순은 “국립무용단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형식이 갖춰져 있었다”고 했다. “극장이라는 곳이 정형화된 예술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관객들은 결국 그 형식미를 보러 극장에 와야 하는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갔다”고 했다. 그는 “몸을 통한 감각을 한 번 더 풀어내는 것이 춤의 본질”이라며 “전통이란 형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동시대적 요소를 발견해 좀 더 달라진 움직임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게 이번 작품의 목표”라고 말했다.
‘행 +-’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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