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이 형식에 갇혀버려…몸짓의 본질 되새겨야"

입력 2024-08-25 17:38   수정 2024-08-26 00:20

“현대무용계에서는 춤에 대한 반성이 있었어요. 장식적이고 기량이 우선시되는 춤에서 벗어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죠. 제가 춤을 몸짓으로 부르는 이유도 그런 반성에 있어요.”(안애순 안무가)

옥스퍼드 무용사전과 세계현대춤사전에 등재된 한국 대표 안무가 안애순(63·사진)이 새 작품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는 최근 국립무용단의 ‘행 +-(플러스 마이너스)’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번 작품은 춤이 아니라 몸짓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서울 국립극장의 새 레퍼토리 시즌(2024년 8월~2025년 7월)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안애순이 국립무용단과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애순은 “작품의 주요 모티프는 춘앵무와 화문석”이라고 짚었다. 춘앵무는 왕 앞에서 추는 궁중무용으로, 엄격한 규율과 규칙으로 포장돼 있다. 화문석은 과거 무용수가 벗어나지 못하고 그 위에서 춤을 추는 사각형 공간이다. 시스템, 틀 등으로 대변되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부수면서 공연이 본격화했다. 무용수들은 춘앵무를 닮은 단순한 움직임을 보여주다가 곧 행과 열을 이루며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 단조롭고 획일화된 군무도 어느새 변해 있었다. 무용수 저마다 각각의 몸짓을 물 흐르듯 연결해 입체적인 군무로 재탄생시켰다.

안애순은 “국립무용단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형식이 갖춰져 있었다”고 했다. “극장이라는 곳이 정형화된 예술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관객들은 결국 그 형식미를 보러 극장에 와야 하는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갔다”고 했다. 그는 “몸을 통한 감각을 한 번 더 풀어내는 것이 춤의 본질”이라며 “전통이란 형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동시대적 요소를 발견해 좀 더 달라진 움직임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게 이번 작품의 목표”라고 말했다.

‘행 +-’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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