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생존을 위해 짐승을 사냥하고 과일을 채집하는 모든 활동이 노동이었다. 손과 발을 쓰는 인류의 노동 방식은 이후 250만 년 동안 지속됐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노동혁명이 일어난 것은 18세기 후반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뒤부터다. 증기기관과 방적기의 압도적인 생산성에 사람들은 기계의 잠재력을 처음 알게 됐다. 100년 뒤 자동차·철강·전기 분야의 기술혁신에서 비롯된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에 적합한 ‘공장시대’를 열었고, 다시 100년 뒤 인터넷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은 정보 수집을 비롯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제 막 열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이다. 단순·반복 업무와 위험한 작업은 로봇의 몫이다.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무에서 벗어난 사람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더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로봇발(發) 산업혁명’이 일자리 지형을 바꾸고 있다. HD현대삼호 조선소는 사람 손으로만 할 수 있던 휜 철강을 이어 붙이는 곡(曲) 블록 용접을 이달부터 용접로봇에 맡겼다. 세계 1위 크로스보더 택배업체인 차이냐오에서 세계 각국에 배송할 택배 물량을 창고에서 콕 집어낸 뒤 분류하는 일을 맡은 것은 운반·분류로봇이다.
로봇의 활용도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75세 이상 농부가 43%에 달하는 일본에서 ‘로봇 농부’를 만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각종 과일을 따고 잡초를 제거하는 ‘험한 일’은 로봇이 알아서 해준다. 로봇 세상이 열리면서 사람들의 일상도 변하고 있다. 로봇이 튀긴 치킨과 로봇이 내린 커피를 로봇이 배달해주는 시대가 됐다. 주차장 발레파킹도 이제 로봇이 한다.
로봇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인터랙티브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18년 459만 대였던 전 세계 산업·협동·서비스 로봇은 지난해 2483만 대로 5.4배 늘었다.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글로벌 로봇시장 규모가 지난해 573억달러(약 76조원·추정치)에서 2030년 1565억달러(약 208조원)로 세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산업용 로봇과 튀김기 같은 협동로봇이 로봇시장의 주류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새로운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BMW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배치했고, 테슬라도 내년에 투입하기로 했다.
김우섭/김형규/오현우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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