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2' 이민호, 김민하가 작품에 대한 각별한 의미를 전했다.
이민호와 김민하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호텔에서 진행된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2' 합동 인터뷰에서 "시즌1보다 더 편한 마음으로, 하지만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며 촬영했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파친코' 시리즈는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살아가게 된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4대에 걸쳐 그려낸 작품.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파친코'가 그리는 장대한 대서사시에 시즌 1은 국제 무대에서 피바디상, 미국영화연구소 선정 올해의 프로그램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고담 어워즈 작품상을 비롯한 11개의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민호와 김민하는 각각 한수와 선자 역할로 캐스팅됐다. 일본 야쿠자의 사위가된 한수와 삶을 위해 일본으로 남편과 함께 이주한 선자는 시즌1에서 애증의 관계로 그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의 아들이 태어나고, 선자가 일본에서 실질적인 가장이 돼 김치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시즌1이 막을 내리면서 시즌2에서는 어떻게 이들의 모습이 그려질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음은 이민호, 김민하와 합동으로 진행한 인터뷰 전문
▲ 공개된 소감이 어떤가
김민하(이하 김) 한국에서 이렇게 직접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라 더 의미가 깊은거 같다. 2년 만에 다시 만나뵙게 됐다.
이민호(이하 이) 의미있는 작품을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뜻깊은거 같다. 새로 인사드리니 새로운 작품을 하는 거 같다.
▲ 시즌1, 시즌2 배경에 7년의 공백이 있다.
김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많은 것들을 겪었을 텐데,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에피소드가 가장으로 삶을 사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래서 선자의 삶을 그려내는 작업을 하는 걸 계속 했다. 시즌1때보다 훨씬 많이 성장했고, 시즌2에서도 그 모습을 계속 그려내려 노력했다. 관계성이나 내면에서 세월의 흐름을 고민했다.
이 한수는 시즌1에서는 생선중계상으로 끝났는데, 7년의 공백 동안 무기 밀매상이 돼 있고, 정치권과도 연결이 돼 있다. 어떻게 그렇게 치열하게 올라갔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더 더러운 일들을 했을지를 고민했다.
▲ 시즌1이 공개된 후 시즌2 작업을 시작했다.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랬을까.
이 저는 가장 늦게 '파친코2'에 합류했다. '별들에게 물어봐' 촬영이 길어지면서 그렇게 됐다. 그래서 2주 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라 더 편하게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
김 저를 알리는 작품이 '파친코'라, 시즌2를 작업하면서 이전보다 많이 알아봐주셨다.(웃음) 또 조금더 편한 분위기 속에서 몰입할 수 있었던 부분도 좋았다.
▲ '파친코'가 서로에게 새로운 의미가 된 거 같다.
이 저에게는 배우로서 커리어 이전에, 제가 데뷔 13년차 정도 됐을 때 스스로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갇히기 싫고,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할 때 이 대본을 만났다. 다행히 촬영하면서 자유에 대한 경험을 하고, 하고 싶은 데까지 해보게 되니 배우가 아닌 인간 이민호로서 더 성장했다. 개인적인 삶의 균형이나 만족도가 높아진 상태다.
김 배우로서 '파친코'는 큰 기점이었다. 주변에서 저를 많이 알아봐주시기도 했지만, 저 역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아갔다. 선자를 통해 저도 성장했고, 타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는지도 배웠다. 인간 민하에게도 너무나 중요한 작품이라 아직도 소중하고, 복이 됐다.
▲ 한수는 원작에서 나쁜 놈으로 묘사되는데, 이민호라는 사람이 캐스팅돼 미화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시즌1의 한수 어린 시절 에피소드도 원래는 없던 거였다. 영상화 작업을 하면서 더 드라마틱한 요소가 생긴 거 같다. 한수라는 절대 선이었던 사람이 절대 악이 되는 과정을 풍성하게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거 같다. 제가 생각해도 한수가 선자를 다루는 방식이 섬세했던 지점이 있다. 잘생긴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않는다.
▲ 이와 동일하게 두 사람의 멜로에도 그렇다. 원작에서는 두 사람의 멜로가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는데, 드라마에서는 선자와 한수의 멜로를 기대하는 반응도 있다.
김 시즌2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성숙하고 깊어진다. 꽁냥꽁냥한 사랑은 시즌1에서 끝났다. 시즌2에서는 어쨋든 두 사람이 한 아이의 부모다보니 보다 깊어진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관전 포인트가 된 거 같다.
이 선자의 삶에 그 정도의 감정, 여지가 없다면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척박한 삶이었다. 저는 그럼에도 사랑은 있었고, 그럼에도 선자는 살아갈 수 있었다는 걸 만들어가는 지점이 됐던거 같다. 인간에겐 누구에게나 폭력성이 있는데, 시대를 거듭하면서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법적인 규칙도 생긴거 아닌가. 그 시대엔 그 부분이 가능했던 시기니까 그가 비도덕적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 이민호는 이전까지 '로코킹'이었는데, '파친코'로 받은 평가 중 마음에 드는 게 있을까.
이 끝나고 리뷰를 다 찾아보진 못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한국 관계자들에게 '이번 작품에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에서 희열을 느꼈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한국에서 제작됐다면 '한수 역할에 이민호를 매칭시킬 수 있었을까' 싶긴 하더라.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었던 거 같다. '로코킹'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20대땐 그런 부분이 부각됐다면, 앞으로 꺼내놓을 수 있는 걸 더 꺼내놓는다면 제 40대엔 또 다른 평가를 받지 않을까.
▲ 김민하의 경우 윤여정과 2인 1역을 했다. 어떻게 연기했을까.
김 우리가 촬영장에서 서로 마주치진 않아서 어떻게 그려낼까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완성본을 보니 '이래서 이랬구나' 싶으면서 신뢰감이 더 커졌다. 저는 그래서 제 시대의 선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대본에는 시간 순서가 친절하게 가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우리의 이야기를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 '파친코'는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해외에서 호평받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분들이 공감하는거 같다. 미국은 많은 이민자가 있고, 다양한 인종이 있어서 그래서 더 많이 공감해주신 거 같다. 낯선 땅, 새 터전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분들에겐 더 공감이 될 거 같다.
김 결국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세상에 정말 많은 선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본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 거 같다. 이번에 프로모션을 위해 뉴욕에 가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다들 좋게 봐주신 거 같다.
▲ 작품의 배경이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사를 아우른다. 한류스타다보니, 이런 것들이 부담이나 작품 선택에 걸림돌이 되진 않았나.
이 저는 작품 선택을 할때 심플하다. '상속자들'도 교복을 또 언제 입겠나 하고 해서 했고, '더킹'도 백마탄 왕자의 이미지가 의도해서 생긴게 아니니 '이왕 생긴거, 백마까지 타고 끝내자' 하고 한거다. '파친코'도 새 에너지가 절실했을때 만난 거다.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지 사소한 거라도 마음이 동하는 게 있다면 결정에 어려움이 없을 거 같다. 한류스타도 제가 저를 한류스타로 만든게 아니고, 언제든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역사적 인물을 다루진 않지만, 역사적 사실을 다루지 않나.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이해하나.
이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긴 했다. 관동대지진때 있던 그런 비극들도 잘 알지 못했다.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사진 자료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웃는 사진이 없더라. 그런 부분이 마음이 아팠다. 저도 자이니치의 삶을 너무 몰랐고, 충격도 받았다. 충격 받은 만큼 더 소중하게 이야기해야겠다는 경각심도 들었다. 시즌2는 전쟁도, 피폭도 나오고 그들의 가족 얘기도 나오는데, 그래서 '더 소중히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 '파친코' 시리즈를 통해 두 사람 모두 이전에 했던 고민이 어느정도 해소된 거 같은데, 요즘은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나.
이 사적으로 AI에 관심이 많고,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인간이 어떻게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지를 본다. 제가 대본을 보고,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도 그런 지점이다. 그래서 제 인생에서도 인간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들과 고민들로 가득찬 시기다.
김 저 역시 붕뜨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아가려 한다. 첫 작품이 큰거라 '다음작품 고르기 힘들겠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저의 스킬이나 이런 부분에선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의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더 나아가는 고민과 지점이라 생각한다.
▲ 할리우드 스태프와 촬영 하면서 문화차이를 느낀 부분이 있나?
김 감독님이 '도련님이 살아돌아왔으니까 손등에 키스를 하라'고 하더라. 저는 당황했다. 우리는 그런 문화가 아니니까. 그런 부분들이 '다르긴 하구나' 싶긴 했다.
이 그래도 이 작품을 통해 얘기하는 지점은 동일한거 같다. 저 역시 많이 배웠고, 성장할 수 있었다.
▲ 김민하 배우는 동갑인 강태주 배우와 모자 호흡을 맞췄다.
김 처음엔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장에 가니 너무 신기하게 아들 같았다. 밥 먹었는지 물어보고 싶고, 의지도 많이 하고, 계속 얘기나누는 과정이 좋았다.
▲ 이 작품을 통해 호평이 많았지만, 시즌2를 통해 어떤 타이틀을 얻고 싶었나.
이 저는 인정 욕구가 크진 않다. 이렇게 노력했으니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한 부분도 적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선에 최선을 다해서 보내고 온 것만으로 저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수식어나 평가는 솔직히 없다.
김 저 역시 저로 인해 보실 때 불편함이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있었다.
▲ 해외 진출을 하면서 조언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나.
이 이정재 선배와 많이 소통하고 있다. '너는 왜 작품을 많이 안하냐'고 맨날 혼난다.(웃음) 그런 얘기들이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거 같다. 배우로서 좋다고 해주시고, 그렇기 때문에 쉬면 안된다고 해주시는게. 어떤 태도로 작품에 임하는지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나눈다. 해외 작품에 출연하면서 오디션을 봤는데 그 과정도 저에겐 귀중한 경험이었다. 한국에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오디션을 봐야해?' 이런식으로 여기는데, 적합한 캐스팅을 위해 오디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실제로 작품 텀이 오래 걸린다.
이 맞다. 올해도 쉬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 '파친코'가 끝나자 마자 뭔가 하고 싶었는데, 올해엔 계속 쉴 거 같다.
▲ 시즌2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뭘까.
이 제가 나오니까요.(웃음)
김 저도 나오니까요.(웃음)
이 죄송하다. '파친코'는 긴 감정적인 흐름이 있다. 시즌2가 공개되기까지 시간은 길었지만, 이런 부분이 있기에 보시는데 무리가 없을 거 같다.
김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게 제가 전하고 싶은 주제의식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보시면서 많은 분들이 위로도 얻지 않을까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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