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후쿠오카 대학병원은 최근 저궤도위성(LEO)인 스타링크를 이용해 돼지를 원격 수술하는 실증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병원 측은 지난달 14일 후쿠오카에서 1000㎞가량 떨어진 일본 혼슈 동북부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 위치한 연구 기관에 수술 로봇과 도구를 배치해 수술을 진행했다.
의료진은 스타링크를 통해 도착한 정밀 고화질 영상과 데이터를 보며 로봇을 조작했다. 약 2시간45분 동안 진행된 원격 수술을 통해 의료진은 돼지의 왼쪽 폐 상반부를 절제했다. 수술 중 출혈량은 매우 적었고, 수술 후 합병증도 없는 성공적인 수술이었다고 의료진은 평가했다.
후쿠오카 대학병원이 원격수술에 저궤도위성을 이용한 이유는 정지궤도 위성보다 통신 속도가 빨라 의료 현장에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서다. 저궤도위성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상 300~1500㎞ 상공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위성은 정지궤도(3만6000㎞) 위성보다 지구와의 거리가 가깝고 통신 지연 속도가 짧다. 서비스 가능 지역이 전 지구로 넓어지면 통신이 약한 산간 오지나 모래사막에서도 원격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농촌 지역의 열악한 의료 접근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스타링크를 이용한 원격 의료를 꼽은 바 있다.
일본은 일찍이 원격 의료에 관심을 갖고 제도 정비에 속도를 냈다. 1997년부터 섬 지역 등에서 원격 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2015년 전국으로 확대했다. 대형 병원이나 유명 의사들에게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뇨병, 고혈압 등 일부 과목 진료만 원격으로 허용하면서 병원 쏠림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이머전리서치는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 규모가 2022년 840억 달러에서 2032년 45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원격 수술 실험을 이끈 사토 토시히코 후쿠오카 대학병원 최첨단로봇수술센터장은 “스타링크를 이용한 원격 수술은 외과 의사 수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격수술 고도화를 통해서 질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번 결과를 분석한 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나설 계획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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