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치 방배, 강남 분양인데도 '실거주 의무' 없는 까닭

입력 2024-08-26 17:12   수정 2024-09-03 16:38


최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공급되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분양가가 인근 지역 매매가격(시세)보다 높으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공급이 적은 지역은 실거주 의무를 교묘하게 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7일부터 일반공급을 시작하는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는 분양가상한제 단지지만, 실거주 의무 기간이 없다. 서초구 방배동 인근 주택보다 시세가 높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분양가가 인근 지역 시세의 80% 미만이면 실거주 의무 기간이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이 부과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 이상이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급가가 주변 시세의 100%를 초과하면 실거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디에이치 방배도 해당 기준이 적용됐다. 분양가는 3.3㎡당 6496만원으로, 전용면적 84㎡는 22억1960만~22억4450만원(최고가 기준)이었다. 이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 여부의 기준이 되는 인근 지역의 범위가 행정구역상 방배동이다. 아파트만 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방배동에 새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서초구 관계자는 “최근 1년간 방배동 아파트 가격을 조사해 시세를 결정했다”며 “방배5구역 주변은 오래된 공동주택이 많다 보니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구축 단지가 평균 시세를 끌어내렸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실거주 의무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자치단체별로 인근 지역 범위와 주택 대상을 달리 잡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기준을 행정동으로 끊을지, 지역구로 볼지 등 차이가 커 제도적 허점이 있다”며 “실거주 요건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청약 경쟁 과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 방배는 인근 신축 단지인 ‘방배 그랑자이’에 비해 분양가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3년 전 준공된 방배 그랑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됐다. 당초 공공택지 분양 주택에만 적용됐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규제가 확대됐다. 올초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한다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2년 인천 검단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 ‘파주운정신도시 디에트르 에듀타운’ 등도 실거주 의무가 없어 논란이 일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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