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의 사진을 이용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제작·유포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적 재난 상황'을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여성이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학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며 혹시라도 내가 피해자일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지인이 내 사진을 나체와 합성하고 신상을 유포할까 봐 잠도 못 주무시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당장'의 대처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을 다 내리라는 것인데,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불법 촬영을 비롯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졸업앨범의 사진을 가지고도 온갖 성범죄를 벌이는 추악한 범죄자들이다. SNS를 하지 않는다고 피해 대상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복 숫자를 합쳐 가해자가 22만명"이라며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0년 발생한 'n번방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정말 진정한 'n번방 방지법'을 만들었다면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제가 추적 활동을 하던 4년 전에도 매일같이 일어났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이냐.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고,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텔레그램이 n번방 사건 때처럼 가해자들의 신상 협조에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텔레그램에서는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앞서 인하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타깃이 된 단체 대화방 운영자 등이 검거된 가운데, 그 외에도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된 다수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수천 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겹지인방'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같이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희롱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해자들은 주로 SNS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저장해 범행에 활용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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