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타는 복수 국적자 급증…'복지 무임승차' 차단해야

입력 2024-08-26 17:38   수정 2024-08-27 06:52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국내로 돌아온 복수 국적자 중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 최근 10년간 5배나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수 국적자 중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4년 1047명에서 지난해 5699명으로 늘었다. 이들에게 지급한 기초연금은 같은 기간 22억8000만원에서 21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국내에서 세금 부담을 거의 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은 복수 국적 노인도 소득하위 70%라는 기준을 충족하기만 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연금을 지급해 공정성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난한 노인을 복수 국적자라고 차별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 제도로서 기초연금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복수 국적 제도에 따라 65세 이상 외국 국적 동포는 외국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국 국적을 회복해 국내에 거주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연금 등 해외 재산에 대한 꼼꼼한 점검 없이 돈을 지급하는 허술한 시스템이다. 지난해 복수 국적자의 1인당 월평균 소득 인정액은 34만원으로 단일 국적자(58만원)의 58% 수준이었다. 줄줄 새는 복지 예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지만 지난해 중국인 건보수지 적자는 640억원으로 1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입국하자마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치료·수술 등 보험 혜택만 받고 출국하는 중국 얌체족 사례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사회보장 분야 예산은 2007년 61조4000억원이었으나 매년 늘어나 지난해 226조원으로 급증했다. 예산이 늘수록 새는 구멍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앙·지방부처가 적발해 환수 결정을 내린 사회복지 관련 부정 수급액만 512억6000만원에 이르지만 그나마 거둬들인 금액은 절반 수준(278억4000만원)에 그쳤다고 한다. 복지 지출이 ‘눈먼 돈’으로 전락한다면 정작 지원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지 못한 채 제도에 대한 불신만 조장하게 된다. 복지 재원 마련에 앞서 촘촘한 부정 수급 방지 시스템으로 누수를 막는 일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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