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계 빚 3000조원 돌파, '부채와의 전쟁' 필요하다

입력 2024-08-26 17:38   수정 2024-08-27 06:52

우리 정부와 가계가 진 빚이 2분기 말 기준 3024조원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3배 수준에 육박하고 올해 국가 예산(656조원)의 5배에 달한다. 정부 및 가계 부채는 2분기에만 44조원 늘어 1분기 증가폭(20조원)의 2배를 웃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3분기(63조원) 이후 가장 빠르게 늘었다. 세수 급감으로 국채 발행이 늘면서 정부 부채(지방정부 제외)만 30조4000억원 증가했다. 재정 조기 집행 기조까지 겹쳐 정부 빚 급증을 부채질했다.

가계 부채는 2분기에만 13조8000억원 급증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 부채 증가액보다 더 많은 16조원이나 늘었다.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같은 저금리 정책대출이 한꺼번에 풀린 영향이 컸다. 기업대출 대신 담보물 중심의 가계대출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한 은행 책임도 작지 않다.

한국의 빚잔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돈풀기에 나선 선진국들은 지난해부터 ‘부채 다이어트’에 나섰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 GDP 대비 국가 총부채(정부·기업·가계부채 합계) 비율은 269.8%로 2021년 말보다 4.7%포인트 증가했다. BIS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1개국(유럽연합 포함) 중 이 비율이 증가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재정지출에만 열을 올리고 성장률 제고는 뒷전으로 둔 결과다. 가계 빚 문제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최근 10년간 22.1%포인트 올라 11개국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부채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가계 빚이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예측 가능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론 우리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 부채를 관리할 종합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피벗(기준금리 인하) 흐름 속에서 나 홀로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역주행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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