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세탁기 가능?…'혁신 스파크' 튀는 LG 마곡

입력 2024-08-26 17:44   수정 2024-09-03 16:35


물 없이 작동하는 세탁기, 채혈이 필요 없는 혈당 측정기, 이산화탄소(CO2)로 만든 신소재….

LG그룹이 기술 개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주요 8개 계열사 핵심 연구진을 한자리로 불러 모았다. 그룹을 떠받치는 주요 산업 간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 먹거리인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LG그룹을 이끄는 주요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혁신을 모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방성 확대하는 LG그룹
LG는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26일부터 이틀간 ‘LG 테크페어’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연구개발(R&D) 중심이다. 그룹의 8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이종 산업 간 기술 교류 행사를 개최한 것은 1947년 LG그룹 창립 이후 처음이다. LG 관계자는 “대외에 개방하지는 않았지만 그룹의 연구 역량을 한데 모은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각 계열사의 기술 개발을 이끄는 최고기술책임자(CTO)뿐 아니라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부회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현신균 LG CNS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계열사 간 경계를 허문 융복합 기술을 선보인 자리였다.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세탁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액체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세탁하는 방식으로, 물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채혈 없이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ABC 분야에서도 집중적인 협력이 이뤄졌다. 인공지능(AI) 도우미를 탑재해 집안 기기를 한데 연결한 ‘AI 허브’, 이산화탄소를 원재료로 활용하는 친환경 신소재,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치료제 개발 과제가 대표 사례다.
60여 개 부스 마련해 기술 공유
LG는 한계 돌파를 위해 외부 인재와 아이디어를 수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자체 개발한 생성 AI를 공개하면서 오픈 소스 방식을 택했다. 소스 코드를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LG의 기술을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LG 테크페어에서도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김상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휴머노이드), 이상엽 KAIST 부총장(미생물 활용한 플라스틱 생산) 등 외부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외부와의 협업에 상당히 관심이 큰 것으로 안다”며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 이 같은 개방성을 추구하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LG는 ABC부터 모빌리티,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소재·부품에 이르기까지 6개 분야에 걸쳐 총 60개 부스를 설치했다. 최신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LG는 테크페어를 시작으로 3주간 LG사이언스파크에서 분야별 심층 행사인 ‘LG SPARK 2024’도 진행한다. 각 계열사의 디지털 전환 성과를 공유하는 ‘DX페어’(29~30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슈퍼스타트 데이’(9월 4~5일), 그룹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모이는 ‘LG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9월 9~10일)가 연달아 열린다.

DX페어에서는 32개 계열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활용 우수 사례를 공유한다. 특히 LG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엑사원 3.0’의 주요 기능과 적용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슈퍼스타트 데이에서는 4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0여 개 스타트업이 혁신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AI,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8개 분야 소프트웨어 신기술을 공유한다. 개발자 콘퍼런스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개발자도 참석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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