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로 개발한 ‘자폭형 무인기’ 2종을 처음 공개했다. 북한 무인기는 방어력이 취약한 전차 상단을 노려 공격하도록 설계돼 있어 K-2 등 우리 군의 전차도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연합 공군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의 일환으로 북한 무인기를 요격하는 훈련을 했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찾아 무인 공격기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전략정찰 및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 및 특수작전구분대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며 “해양국 특성에 맞게 핵어뢰와 같은 수중전략 무기체계들은 물론 각종 자폭공격형 수중 무인정들도 부단히 개발해야 하며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은 ‘삼각 날개형’과 ‘X자 날개형’ 등 2종의 무인기가 비행해 전차 등으로 보이는 모의 표적을 타격해 폭발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특히 X자 날개형 기종은 러시아제 자폭 드론인 ‘란챗-3’과 비슷한 외형을 갖추고 있어 러시아가 기술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당시 러시아가 북한에 자폭 드론 다섯 대를 선물했다”며 “이 같은 무기들을 역설계해 성능을 개량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자폭형 무인기는 제작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표적에 저공비행으로 접근할 수 있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특히 두꺼운 장갑을 갖춘 전차의 취약점인 상부를 공격하는 용도로 활용되는데,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도 북한 무인기는 전차 상부를 공격했다. 이에 따라 우리 육군에서 운용 중인 전차에도 비슷한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군 K-2 전차에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이나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능동방어 장치가 없어 유사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무인기 공개와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무인 항공공업 부문 과업 수행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방공망을 회피하면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 공개를 통해 한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미 연합 공군은 서해 해상사격장에서 적의 자폭 드론 및 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 등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 훈련에서는 적 순항미사일과 무인공격기 역할을 맡은 목표물이 식별되자 F-35A 전투기가 출격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AIM-120C)을 발사하며 적 공중 도발을 무력화했다. AIM-120C는 다수의 공중 표적에 대해 동시 공격과 자동추적 능력을 보유한 미사일이다.
이날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는 우리 측 F-35A, F-15K, KF-16 등 전투기와 미국 측 A-10 공격기 등 총 60여 대가 참여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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