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와 밥캣이 각각 주총을 열기 위한 ‘마지노선’은 29일이다. 이날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7거래일 이후인 다음달 10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주총을 열려면 2주 전에 관련 내용을 주주에게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가에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원장은 지난 8일 “(두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엔 “두산그룹이 중요한 사업 재편을 결정하면서 사전에 주주들과 소통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다음달 주총이 물 건너갈 경우 두산그룹이 10월 말까지 주총을 연기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금융당국과 힘겨루기를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월 말로 배수진을 치더라도 이사회 등을 다시 소집해 사업 재편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점도 두산으로선 부담 요인이다.
두산그룹은 건설 장비를 생산하는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산밥캣의 성장을 위해 두산로보틱스가 보유한 무인화,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 평가를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정서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제동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선 “금감원이 인수합병(M&A)의 허가권자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제도 개선 없이 합병 비율 산정 기준을 금감원이 제멋대로 정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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