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오는 10월 1일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야당에서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인가"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친야(親野) 성향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건 좀 너무 나간 것 같다", "음모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리한 친일 프레임 공세가 역풍을 맞은 모양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당정과 대통령실이 건군 76주년인 오는 10월 1일 국군의날을 임시공휴일로 졸속 지정한다고 한다. 정부는 군 사기진작, 소비진작, 기업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한다"며 "1910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 설립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인가"라고 했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의 국권을 상실했던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1910년 10월 1일에 조선총독부를 설치했다"며 "이때부터 용산에 주둔 중이던 일본군이 공식적으로 식민지배 군이 된 것이다. 정녕 정부가 역사의식이 있다고 할 수 있냐"고 했다.
강 의원은 "역사적 의의도 고려하지 않고, 민간과 기업에 미치는 여파도 부작용이 예상된다. 곧 9월에 추석이고, 10월에는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 등 공휴일도 많다"며 "9월에 일본 총리 방한이 내정돼 있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10월 1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이처럼 논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군의날이 10월 1일인 것은 6·25 전쟁 당시 38선을 최초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강 의원의 이런 글을 두고 여당에서는 '친일 프레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하다하다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친일 프레임이냐"며 "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애국심 고취를 위한 결정마저도 '친일 딱지' 붙여가며 궤변만 늘어놓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친야 성향 네티즌들도 강 의원의 발언을 '음모론'이라며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라온 강 의원의 관련 발언 보도에는 "이건 좀 너무 나간 것 같다", "저런 커뮤니티에서 우리끼리 얘기하는 음모론 같은 얘기를 국회의원이 직접 하다니", "음모론으로 나가면 리스크가 커진다", "10월 1일 생일인 사람은 잔치도 못하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당정은 지난 25일 고위 협의회를 열고 오는 10월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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