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증원만 답 아냐"…한국만 없는 '플리바게닝'

입력 2024-08-27 09:06   수정 2024-08-27 09:26



2020년부터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반대하면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재판 지연에 대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해결책으로 ‘플리바게닝(사법협조자에 대한 조건부 형벌 감 제도)’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부터 3대 불공정거래(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에 한해 플리바게닝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중인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플리바게닝을 도입해야 신속한 수사와 재판 진행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검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을 구속기소한 배경에도 플리바게닝의 도움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가 지난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주가 부양 과정에서 실무를 맡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력부문장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 전 부문장도 함께 기소되어야 했지만 구체적인 진술 등을 통해 수사에 적극 협조한 부분을 감안해 검찰이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

플리바게닝은 형사 사건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거나, 타인의 죄를 증언해 주는 자에게 형량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지난 1월 19일부터 특정 사건에 한해 플리바게닝을 시행 중이다. 주로 반독점이나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서 사용되는 리니언시와는 감형의 성격이 같지만 적용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선 확실한 증거나 진술을 효율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플리바게닝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고 있다. 법정 공방만 길어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재판부의 판단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수사단계에서의 신문을 반복하는 재판이 늘고있는데 구속된 피고인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는 등 재판 지연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일찍이 플리바게닝을 활용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0년 첫 판례가 등장한 이후 1994년에 정식으로 법제화됐다. 미국도 1971년 연방대법원이 플리바게닝을 형사 절차 일부로 인정한 이후 모든 형사 사건에서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대륙법 국가들도 플리바게닝을 활용하는 추세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2004년부터 경범죄에 한해 플리바게닝을 도입했다. 5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벌금형인 사건에 대해서만 죄를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2018년부터 사법협조자에 대한 형벌감면제도를 시행했다. 다른 사람의 범행에 관해 수사에 협조적인 진술을 한 사법 협조자를 불기소하거나 처벌 조항을 변경하는 조항을 형사소송법에 포함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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