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안 팔린다더니…김혜수·주지훈 대신 택한 '돌파구'

입력 2024-08-27 13:00  


소비 침체로 고전하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중고 명품’ 사업에 힘 주고 나섰다. 배우 김혜수·주지훈 등 톱모델을 내세워 인지도를 끌어올린 ‘머·트·발’(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은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를 필두로 명품업체들이 자사 온라인몰을 운영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강점이 반감되자 중고 명품 거래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에루샤 등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위주로 다루는 중고 명품관 ‘프리 러브드(pre-loved)’를 신설, 중고 명품 거래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초 가오픈한 중고 명품관에 이미 3만5000여점이 등록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입점 파트너사들이 보유한 중고 명품 포트폴리오 및 노하우를 자사 플랫폼에 고스란히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트잇도 최근 렌즈 모티프의 잠망경을 이미지화한 신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선보이고 ‘세상 모든 럭셔리 취향 탐험지’라는 새 슬로건을 제시했다. 명품을 편리하게 탐색하고 개인화 경험을 반영하는 데 역점을 두면서 역시 주요 카테고리로 중고 명품을 제시했다.

머스트잇은 중고 명품을 최대 88%까지 선착순 할인 판매하는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에루샤를 비롯해 디올 까르띠에 티파니앤코 등 명품 브랜드의 중고나 리퍼브 상품(판매장 전시 상품 또는 반품 후 하자를 손질해 정품보다 저렴하게 파는 상품)이 대상이다.

이처럼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중고 명품 거래에 공들이는 것은 ‘자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머트발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기 비대면 명품 수요를 포착해 성장했지만 팬데믹(대유행)이 끝난 이후 수요가 크게 둔화했다. 작년 매출은 발란(56% 감소) 트렌비(54.4% 감소) 머스트잇(24.5% 감소) 모두 전년 대비 급감했다.

여기에 온라인 명품 시장의 가능성을 본 업체들이 잇따라 자사 온라인몰을 열자 소비자도 이들 플랫폼보단 명품 브랜드 온라인몰을 찾는 분위기다.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명품의 특성상 가품 이슈 등 품질 측면 신뢰도 확보가 우선순위라서다.

반면 중고 명품은 기존 명품업체들이 직접 취급하지 않는 데다 가격 민감도가 좀 더 높은 편이라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에겐 ‘블루오션’이라 할 만하다. 발란 관계자는 “고객들이 원하던 신사업 중 하나가 중고 명품이었다”며 “국내 최대 규모의 파트너 및 브랜드와 함께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발란의 경우 글로벌 플랫폼 ‘발란 닷컴’을 통해서도 국내 중고 명품을 해외에 판매하거나 해외 플랫폼과 연계해 해외 중고 명품의 판매까지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 세계적으로 명품 시장이 침체해 어려움을 겪는 만큼 중고 명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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