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지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올해 상반기에 총 500억 위안(약 70억 달러)의 자본 지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30억 위안)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230억 위안, 바이두가 40억 위안을 투자했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역시 AI 관련 지출을 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5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점, 비상장 기업이라 투자자들의 감시가 덜한 점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AI 지출을 확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자체 AI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에 필요한 프로세서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디 우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AI는) 많은 고객의 수요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며 “AI 기반 클라우드 사업의 성공을 위해 연구개발(R&D) 및 투자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상반기 자본지출은 23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폭증했다. 에디 우 CEO는 “새로운 서버를 설치하면 곧바로 최대 용량으로 가동된다”며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매우 높은 ROI(투자 대비 수익)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버 수요는 여전히 많기 때문에 알리바바가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자한 자본이 빠르게 수익화된다는 얘기다. 올해 2분기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AI 관련 제품 매출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은 첨단반도체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 기술 기업들은 규제를 위반하지 않는 낮은 사양의 프로세서를 구매하면서 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분석가들은 엔비디아가 저사양 칩 H20을 향후 몇 달간 중국 기업에 100만개 이상 출하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특히 바이트댄스가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연구회사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내 데이터센터에 활용하기 위해 H20 수백만개를 구매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에서 파트너들과 협력하면서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빅테크들이 AI 고도화 및 설비 투자를 위해 자본 지출을 늘렸지만, 투자 규모는 미국 기업에 비해 월등히 작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상반기 AI 관련 자본지출은 1060억 달러다. 몇 달 내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