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시 Q&A] 자연자본 공시 강화…산적한 과제 풀어야

입력 2024-09-05 06:00  

[한경ESG] ESG 정보 공시 Q&A ⑫

Q. 국내외에서 ‘자연자본’ 관련 공시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자연자본에 대한 공시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가 본격적으로 논의 석상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생김새와 표기도 엇비슷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국내에서 TNFD를 채택한 기업과 기관은 5곳에 불과합니다. 금융권을 제외하면 기업은 단 1곳뿐입니다. 따라서 아직은 TNFD가 생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TNFD 포럼 회원이 되는 것과 TNFD 권고안을 ‘채택(adopters)’해 공시하겠다고 밝힌 것이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논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자도 분명 의미 있지만, 후자가 훨씬 더 적극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TNFD는 자연자본 공시에 관한 국제적 이니셔티브입니다.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TNFD 설립에 힘을 모았습니다.

TNFD의 공시 방향성은 TCFD와 구조적 유사성을 띱니다. 지배구조, 전략, 위험 및 영향 관리, 지표 및 목표라는 큰 틀이 유사하기에 공시 대응 과정에서 TCFD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첩되는 영역이 많습니다. 자연에 특화된 지표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생태계의 복잡성으로 인해 관련 데이터가 정제되지 못하고 파편화된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알려진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 자연자본 공시 사례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TNFD를 채택하기로 한 기관은 400곳이 넘습니다. 한국은 5곳인 데 반해 일본은 110곳이 넘습니다. 우리 기업보다 앞서 자연자본 공시에 나선 일본 기업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신 보고서뿐 아니라 이전 보고서를 비교·분석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식음료 회사 기린홀딩스는 자연자본 공시를 선도하는 회사로 평가받습니다. 2023년 환경보고서에서는 LEAP 접근법 중 자연과의 접점을 식별하는 L(Locate)과 의존도와 영향을 평가하는 E(Evaluate)까지 설명되어 있고, 2024년 환경보고서에는 리스크와 기회를 평가하는 A(Assess)와 대응 및 공시를 준비하는 P(Prepare)까지 보충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9월 TNFD 최종 권고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앞으로 자연자본 공시는 이 권고안을 토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여타 공시기준과 상호운용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TNFD 공동의장을 지낸 엘리자베스 마루마 므레마는 “이제 기후변화와 자연 손실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TCFD처럼 TNFD도 자율 공시 영역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의 대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기업들은 자체적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체계 구축, 데이터 품질 관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 자연자본 관련 교육 진행 등 산적한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브랜드전략팀장 겸 ESG LAB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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