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무시한 채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후 정부를 중심으로 나온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대답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대통령실은 금통위 결정 이후 이례적으로 "아쉽다"고 밝혔고,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제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조그만 충격만 있어도 급등하는 구조가 형성됐는가 하는 문제"라며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손쉬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정작 꼭 필요하지만,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조정은 미뤄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더 안타까운 점은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그러면서 "이제 태풍만 아니라면 날씨가 흐려도 단기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제 상황은 "세계 최상위권 수준인 가계부채가 지나칠 정도로 증가하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높아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수준"으로 진단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