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6일 시금고 선정을 위해 금고 지정 신청 공고를 냈다. 총 8조1965억원 규모의 광주 시금고는 과거와 달리 올해부터 주금고와 부금고 운영 기관을 구분해 선정할 방침이다.
광주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시금고 선정과 맞물린 협력사업비가 있다. 협력사업비는 금고를 운영하는 동안 은행이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돈이다. 광주시는 2021년 금고 지정 후 지난해 시의회 행정감사에서 전국 특별시·광역시 중 광주은행의 협력사업비가 가장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1, 2위에 각각 주금고와 부금고를 맡기던 방식 대신 구분 입찰로 협력사업비 운용의 효율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방은행 중 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과 1969년 이후 55년간 주금고 자리를 지켜온 광주은행이 연이어 경쟁 입찰에 들어가면서 시금고 확보 전쟁은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입찰 결과가 공개된 부산의 충격파가 크다. 예상을 깨고 부산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3파전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2020년에도 주금고 입찰을 넘보는 등 지역 내 활동을 넓혀왔지만 올해는 기업은행이 갑작스레 등장해 내부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부산과 광주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전북, 경남 등에서도 비슷한 격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협력사업비를 중심으로 한 출연금 경쟁은 이미 4년 전부터 시작됐다. 2020년 부산시 주금고 입찰에 나선 부산은행은 303억원을, 부금고 운영 기관에 선정된 국민은행은 102억원을 써냈다. 올해는 경쟁이 격화하면서 역대 최대 협력사업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3월에는 소상공인 지원 기관인 부산신용보증재단에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110억원, 123억원을 출연했다. 국민은행은 2020년 이후부터 매년 출연금 14억~26억원에 100억원가량을 더 얹으며 주금고 입찰 의지를 다졌다. 기관 출연금을 높이면 시금고 평가 항목 중 사회공헌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시중은행의 지방 장악을 경계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와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영 지표와 금리 등 시금고 운영 기관 평가는 은행 건전성, 규모 등 시중은행에만 유리하도록 만들어졌다”며 “열악한 지역에 적자 지점을 운영하는 등 지방은행 특성을 반영하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역내 사회공헌 활동, 지역 밀착형 점포 운영은 지방은행의 강점으로 꼽힌다. 수익성 악화로 시중은행이 빠져나간 곳에서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 중인 부산은행 지점만 29곳에 달한다. 광주은행 역시 전체 점포 123개 중 절반을 넘는 70곳이 광주에서 영업 중이다.
고병일 광주은행장은 “광주형 일자리에 260억원을 출연하고, 금융회사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 지난해 최우수등급을 받는 등 지역 경제에 앞장서왔다”며 “협력사업비 증액도 불사하는 등 1금고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광주=임동률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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