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모델의 핵심 기술은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 맥락 이해 수준 등이 월등히 뛰어나 AI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이런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세상에 처음 알린 논문이 2017년 나온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Attention is all you need)’다.
현재 이 논문의 저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당시 구글의 연구원 8명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구글에서 퇴사했다. 7명은 창업에 나섰고, 6개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사)이 탄생했다. 2018년 가장 먼저 창업에 나선 일리야 폴로수킨은 블록체인 서비스 니어프로토콜로 유니콘 기업을 세웠다. 에이단 고메즈와 노엄 샤지어가 각각 설립한 AI 기업 코히어와 캐릭터닷AI도 유니콘 기업이 됐다.
빅테크에서 퇴사해 창업에 성공한 사례는 미국에선 흔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기업 AMD에서 근무하다가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SNS 인스타그램을 만든 케빈 시스트롬 전 인스타그램 CEO는 구글 출신이다. 유망 스타트업이 이렇게 계속 나온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이다. 미국 정보기술(IT)산업은 항상 젊다.
미국 IT 대기업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비싼 비용을 들여 사들이는 것도 노화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구글은 캐릭터닷AI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노엄 샤지어와 대니얼 드 프레이타스, 소속 AI 연구원 일부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업 인수다. 이를 위해 구글은 25억달러(약 3조3465억원)를 썼다. 구글이 10년 전 알파고를 개발한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인수하는 데 쓴 4억달러보다 네 배 이상 많다.
IT 기업에 다니다가 창업에 성공한 기업가가 많은 분야는 게임이다. 지난 7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시가총액 4조원에 육박한 시프트업을 설립한 김형태 대표는 엔씨소프트 그래픽팀장이었다. 지난해 첫 게임 ‘나이트크로우’로 대박을 터트린 매드엔진의 손면석·이정욱 공동대표는 넥슨게임즈 출신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도 이런 창업 생태계가 형성된 영향이 크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유망 스타트업이 계속 나온 건 경제적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김형태 대표는 IPO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가가 됐다. 미국에서 유망 테크 기업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보상이 큰 곳에 인재가 몰리게 마련이다.
한국에서 성공한 AI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 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국내에는 AI 유니콘 기업이 아직 없다. 누군가 한번 물꼬를 터트리면 유능한 AI 창업가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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