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A매친데 '노매진' 충격…"티켓값 부담스러워요" [이슈+]

입력 2024-08-27 20:00  


"혼자 가서 응원할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야 재밌잖아요. 요즘 물가에 90분 경기에 1인당 5만원씩 쓰기 부담스러워요."

20대 직장인 고모 씨가 내달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전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6월 중국전 당시 친구와 좌석을 예매해 응원 열기를 느끼고 왔다는 고 씨는 "이번 경기가 평일 저녁이기도 하고, 가끔 콘서트나 뮤지컬도 보려면 문화생활에 쓰는 비용이 너무 큰 것 같아 이번 팔레스타인전은 예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매번 매진 행렬을 기록하던 축구 A매치 경기도 '노매진' 위기에 처했다. 예매 시작 일주일 차인 27일에도 오후 3시 기준으로 5493석이 남아있는 상황. 동일한 경기장에서 열린 지난 6월 A매치인 중국전은 예매 오픈 2일 차에 6만석 자리가 모두 팔렸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감독 선임 논란 등이 불거진 것에 따른 영향도 있겠으나 전과 다른 티켓팅 분위기의 주요 원인은 '티켓값 인상'으로 꼽힌다. 축구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가 주로 모여 응원하는 레드석은 3만 5000원에서 5만원으로 43% 인상됐고,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값도 비싸지 않아 '가성비석'으로 불리던 2등석 S구역과 A, B구역 등이 각각 1만원씩 올랐다. 4~6만원이던 자리가 5~7만원으로 책정된 것이다. 최고가석인 프리미엄 테이블석(35만원)을 비롯해 1등석 S구역(18만원), 최저가석인 3등석(3만원)은 기존 가격과 동일하다.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최근 열렸던 유명 가수의 내한 공연도 반자리가 많이 보이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14년 만에 내한한 세계적인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얘기다. 지난 금요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서 개최된 그의 공연에 다녀왔다는 직장인 정모 씨(30)는 "치열한 티켓팅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빈 좌석이 많았다. 예매 기간이 끝날 무렵에도 2000석 정도 남아있었다"며 "현장에서도 맞은편 2층은 텅텅 빈 구역이 보일 정도"였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당장 나 같아도 요즘엔 보고 싶은 공연이 2개라면, 이중 골라서 하나만 본다"며 "10만원대 후반~20만원대 티켓값이 보편화되면서 부담을 느껴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가 다녀온 공연에서는 카니예 웨스트가 무려 77곡을 열창해 '역대급 콘서트'였다는 평이 내려졌으나, 시작 직전까지도 '콘서트'가 아닌 '리스닝 파티(청음회)'로 홍보됐었다. 그의 라이브 공연 여부가 불분명했던 상황이라 소비자들이 예매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

한 공연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리스닝 파티였다고 해도 내한은 확정된 상황이었고, 최저가석이 8만원으로 요즘치고는 비싸지 않았는데 매진이 안 된 건 의아했다. 공연 관람 수요가 줄어든 분위기를 체감했다"고 진단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응원하기 위해 좌석만 예매하는 '영혼 보내기' 문화가 있을 정도로 예매율이 높았던 영화 업계도 최근엔 영화 푯값 상승, OTT 확대 등의 이유로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저렴한 경기·공연만 골라 즐긴다
앞서 공연 산업과 스포츠 직관 문화 등은 전형적인 '팬덤 산업'으로 불렸다. 소비자들은 좋아하는 가수, 배우, 선수가 등장한다면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암표를 사서라도 공연을 즐기려는 성향이 나타났던 것. 이런 현상을 '팬덤 경제'라 부르고, 업계선 해당 산업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성이 낮은 것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팬덤 경제 분위기가 저물고 이 분야 소비자들도 가격에 민감해진 모습이 보이자, 업계서는 티켓값 인상 속도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뛰어넘었다고 진단했다. 공연·경기의 티켓값이 치솟은 가운데 이젠 관람객들도 개인의 선호도보다 가성비를 따져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전문가들은 '역대 최다 1000만 관중'을 바라본다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직관 인기 요인으로도 '가성비'를 꼽았다. 1만원대 가격으로 몇시간씩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은 야구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 현상이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 현실"이라며 "주저 없이 문화생활을 누리기에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이나 경기 관람이 필수 소비재가 아니"라면서 "직관 대신 온라인으로 보거나, 보고 싶은 것 중 값이 낮은 것으로 택하는 방식 등으로 소비자가 문화생활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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