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

입력 2024-08-27 17:45   수정 2024-08-28 00:14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군대 내무실에 초코파이 한 박스만 들어와도 감지덕지였다. 10년 전엔 치킨이나 생일 케이크 정도는 반입돼야 환영받았다. 이제는 군에서 치킨도 케이크도 큰 대접을 받지 못한다. 저녁마다 병사들이 휴대폰으로 주문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배달 음식이 초병소 앞에 가득 쌓이는 시대로 변했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과거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난 연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두둑해진 월급봉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1년 1만원이던 병장 월급은 2011년 10만원을 찍더니 지난해 100만원을 넘었다. 내년엔 갑절로 올라 ‘병장 봉급 200만원’ 시대가 열린다. 정확히 면세 대상인 월 급여 150만원에 전역 때 목돈으로 찾을 수 있는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을 합해 205만원이다.

다른 건 티격태격해도 병사 처우 개선에서만큼은 좌우 할 것 없이 한목소리를 낸 결과다. 이로 인해 병사들의 ‘애국 페이’ 논란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국 병사 월급이 태국의 절반밖에 안 된다’거나 ‘징병제 국가 중 최하위권’이란 말은 쏙 들어갔다. 이제 한국 병사 대우는 남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다. 한국 병장 급여는 징병제 국가 중 상위권이던 대만과 싱가포르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이 일상화된 이스라엘을 앞선다. 지난해 기준 이스라엘의 전투병 급여가 월 897달러(약 119만원)다. 심지어 모병제 국가인 미국의 병사 초임(1865달러)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고연봉 병사 국가의 그늘은 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장교와 부사관 지원자가 급감했다. 초임 장교의 요람인 전국 대학 학군단 중 과반이 지원자 미달 사태를 겪고 있고 필기시험까지 면제해줘도 부사관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각종 복지 혜택을 갖다 붙이더라도 병사보다 고작 20~30% 많은 돈을 받고 2년 이상 의무복무할 지원자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다. 역대 정부 모두 병사 월급 인상으로 선거 때 잠깐 20대 남성 표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군의 허리인 초급 장교·부사관의 대규모 공백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