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부 측에 ‘2025년 의대 정원은 1509명까지 늘리고, 2026년 증원은 미루자’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같은 날 SNS를 통해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025년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을 시행하되, 2026년엔 증원을 1년 유예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2026년엔 2025년(신입생)과 현원(3000명)의 수업 미비로 인해 증원분까지 합한 7500명을 한 학년에서 교육해야 하는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건강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대표는 이날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정부와 나눈 바 있다”면서도 “논의가 안 됐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았다. 지도부의 한 인사도 “당에서 민심을 전달하는 것이 건전한 당정 관계”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대표가 뒤늦게 자신의 제안을 공개한 것은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단 간담회에서 “관련 기관에 (한 대표의 제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는데 정부로선 어렵다고 판단해서 대통령실이 발표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기존 입장에서 변화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거부 입장이) 맞다”고 확인했다.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의·정 갈등에서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한 대표의 주장은 원내에서 합의된 입장도 아니다”며 “원외인 한 대표가 10월 국정감사 등으로 여론에서 잊히는 것을 두려워해 조급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교체 건의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된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면서 당정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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