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탈락 뒤끝…美 이어 프랑스까지 'K원전 깎아내리기'

입력 2024-08-28 00:13   수정 2024-08-28 00:32




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프랑스 전력공사(EDF)도 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는 이번에 체코 전력공사(CEZ)가 발주한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전에서 탈락한 바 있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체코반독점사무소는 이날 EDF와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에 대한 체코 정부의 원전 건설 발주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전력공사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제기했다. 프랑스 전력공사가 어떤 내용으로 진정을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도 지난 26일(현지 시간) 체코 전력공사(CEZ)가 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가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갖고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지만 탈락했고,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17일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AP1000 원자로 대신 APR1000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천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 수출하게 되며 그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5000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한국형 원전 수출에 딴지를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수출 당시에도 지식재산권을 문제삼아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 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했었다.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전을 계기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자국 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에도 한국형 원전이 미국 수출통제 대상인 자사 기술을 활용했다며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법원은 수출통제는 미국 정부의 권한이므로 민간 기업에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이에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한 상태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소송 제기 이후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국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때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와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의 수출 때 미국 에너지부에 수출 신고 권한을 갖고 있는데, 현재 신고를 미루고 있다.

한수원은 원자로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체코 전력공사는 웨스팅하우스가 낸 진정에 대해 입찰에 탈락한 업체는 입찰 과정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월 미국 에너지부가 한수원이 제출한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미국인이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려했던 만큼 양사 간 합의를 통해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대신해 체코 원전 수출 통제 신고를 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내년 3월 체코 원전 정식 계약 전까지 미국 측과 대화를 지속해 원만한 합의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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