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성장 둔화(캐즘)를 기회로 만든다. 전기차 중심의 사업 구조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애 주기 서비스(BaaS) 등 신사업으로 확대한다. 최근 생산시설 일부를 ESS 생산 용도로 바꾸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건식 코팅 기술도 2028년까지 상용화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배터리 선도 기업의 위치를 굳히는 발판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배터리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사업을 본격화한다. 전 세계 배터리 산업 판도를 바꿀 EU 배터리 규정, 국제 ESG 공시기준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인다. 탄소중립도 서두른다. 2030년까지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 탄소중립(스코프 1·2)을 달성하며, 2050년까지 공급망 전체를 탈탄소화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G 전략은 전동욱 해외대외협력·ESG 담당 상무가 총괄한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제기구에서 쌓은 통상·에너지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의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에 적용되는 ESG 표준 도입을 위해 국내외 정부 및 이해관계자와 협업하고 있다. 글로벌 ESG 규제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전동욱 상무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어렵습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라고는 하지만 이외에도 스마트폰이나 IT기기, 전자제품 등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와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시장이 있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ESS는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동반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반드시 ESS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 후 적시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시스템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력 계통을 안정화하는 데도 ESS가 필요합니다. AI 산업도 ESS 수요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0여 년 전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개해온 만큼 ESS 시장을 선점할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갖추고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에 미국의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ESS 단지에 당사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 최근 잇따른 화재로 안전이 ESG 경영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BMS는 전류와 전압, 온도 등 다양한 배터리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고 안정성 문제를 사전에 감지, 조치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BMS 기술과 관련해 당사는 8000여 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업체 9곳과 협의해 10만 대 이상 전기차에 BMS를 적용함으로써 90% 이상 안전진단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검증된 안전진단 정확도와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차업체와 안전진단 관련 협업을 늘리고 있습니다.”
- BMS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배터리 기업이 출원한 BMS 특허 가운데 40%를 확보하고 있습니다(2022년 주요 5개국 출원 기준, 특허 출원 수 상위 10개 기업 대상). 안전진단 인력을 확장 배치하고 관련 투자를 늘려온 덕분입니다. BMS뿐 아니라 소재, 공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 핵심기술을 이미 선점하고 있습니다. 안전성 강화 분리막 등 1세대 기술부터 건식 전극, 차세대 전지 등 첨단 3세대 기술까지 등록 기준 3만4000여 건, 출원 기준 6만2000여 건의 특허를 확보했죠. 경쟁사가 침해했거나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허만 해도 1000건이 넘습니다. 기술력에서 업계 후발 주자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 실제 안전 기술은 어떻게 적용, 구현되나요.
“배터리 안정성은 크게 구조적 부분과 제어 측면, 공정 단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구조적 부분은 배터리 소재의 구성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미드니켈(니켈, 코발트, 망간을 양극재로 사용하며 니켈 함량 조정)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조절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제어 측면에서는 BMS 기술을 활용해 안전한 배터리 사용 경험을 제공하죠. 구체적으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46 시리즈의 경우 디렉셔널 벤팅(Directional Venting)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해 셀의 안전성과 연쇄 발화 방지 안전성을 확보합니다. 고전압 미드니켈의 경우 열 안전성이 30% 이상 향상되었습니다. 공정 단계에서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CTP(Cell To Pack) 솔루션을 적용했습니다.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하는 것이죠. 무게를 줄이고 추가 공간을 확보해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합니다.”
- 2030년 RE100 달성이라는 도전적 목표 수립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4월 국내 배터리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며 2030년까지 신규 사업장을 포함한 전 사업장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2030년 RE100을 달성하고자 각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본사와 각 사업장 간 유기적 협조 체계가 잘 구축되어 2030년 목표를 세우고 이행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56.3%입니다. 본사는 신재생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며 각 사업장 목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 RE100 달성이 가능할까요. 주요 조달 수단은요.
“우선 생산사업장 내 태양광발전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녹색요금제,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도 활용합니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은 재생에너지 추가성(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이 월등해 점진적으로 활용도를 늘릴 예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업계 및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 자문단(RE100 Advisory Committee)에도 참여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임해 목표를 달성할 것입니다.”
- 산업 관련 규제가 쏟아집니다. 제품 단위 배출량 관리가 중요해 보입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주요 선진국이 배터리 탄소발자국 공개 의무, 배터리 여권 도입, 재활용 규제 강화 등 배터리 관련 규제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부터 전과정평가(LCA)를 도입해 제품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통합·분석·평가하고, 그 결과를 고객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LCA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취득(누적 16개)한 바 있으며,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LCA를 기반으로 산정한 제품의 탄소발자국은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 자료로 활용됩니다. 최근에는 생산공정에서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연동해 탄소발자국을 산정함으로써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배터리 산업의 온실가스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배출량의 70%를 차지하는 스코프 3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에 협력사의 기후 행동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 탄소중립 로드맵 및 주요 온실가스 감축 수단에 대한 설명을 담아 탄소중립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주요 원재료 협력사를 대상으로 2030년 RE100 달성을 요청하며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특히 EU 배터리 규정은 고강도 규제로 불리는데요.
“정말 많은 규제가 있지만, 배터리 산업 전체 환경, 인권, 공급망을 규제하는 EU 배터리 규정은 배터리업계의 가장 중요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일반 성능부터 탄소발자국, 공급망 실사, 재활용 원재료 의무 사용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배터리 사업자의 의무를 규율하고 있고, 공급망 전체가 노력해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이행해야 합니다. 워낙 규제 범위가 넓고 조항별 적용 시기가 달라 아직 발표되지 않은 세부 위임법이 많은데요. 우리 정부뿐 아니라 규제 당사국 정부와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산업부에서 통상·법무 업무를 담당할 때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대응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경험을 살려 많은 유관 부서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 공급망 규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역시 강력한 규제와 지원책이 있습니다.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은 강제노동이 의심되는 지역과 관련이 있다면 아무리 작은 부품이라도 사용을 금지합니다. 그 입증 책임이 기업에 있고 소명에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매우 큰 규제입니다. 이에 당사도 사내 자재 생산부터 물류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국토안보부(DHS), 의회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필요에 따라서는 직접 소통하고 있습니다. 우리 관세청 해외통관지원팀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환경·인권·공급망 차원의 많은 규제가 있는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기관 및 다양한 산업연합과 소통하며, 입법 과정에도 참여하고자 합니다.”
- 한국을 제외한 국가의 ESG 공시 의무화 속도가 빠릅니다.
“지난해 7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최종본이 발표된 이후 올해 4월 국내 실정에 맞춘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공개 초안이 발표되었죠. 이에 LG에너지솔루션도 각 공시기준별 항목 분석을 통해 내부 현황과 격차(갭) 분석을 진행하며 공시 의무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당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EU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의 경우 독일과 폴란드 법인이 2026년부터 적용되고 이후 2029년 전사 단위로 확장됩니다. 이에 대비해 2023 ESG 보고서에는 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공시 의무화 추세를 보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그 리스크 지표는 수년 내 표준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획일화된 정보공개를 넘어 고객과 투자자, 주주에게 공시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 ESG 관련 시스템이 있으시죠. 이는 구축도, 활용도 쉽지 않습니다.
“그룹사 차원에서는 ESG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ESG IT 플랫폼 ‘LG ESG IT 인텔리전스’를 구축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스템은 LG그룹의 전 계열사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제품 및 사업 구조가 다른 계열사 간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던 데이터를 상호 비교 가능하도록 공통 지표를 개발하고 표준화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계열사 간 공통 지표를 개발한 이후에는 사내 유관 부서를 설득하고 협조를 얻어야 하는 또 다른 난관이 있었죠. 현재 각 계열사 및 해외 사업장별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의견을 취합하며 플랫폼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ESG와 관련해 현장 데이터 수집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고, 기존 IT 시스템과 데이터 호환성을 높이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배터리 산업 측면에서 중요한 ESG 경영 과제는 무엇인가요.
“최근 2차전지 산업이 급성장한 만큼 산업 측면에서는 향후 1~2년간 제품 책임 관리 표준을 수립하고 모범 사례를 만드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글로벌 통합 표준 마련과 관리 모델 개발이 필요합니다. 주요국의 ESG 규제를 시작으로 책임감 있는 산업연합(RBA), 글로벌 배터리 연합(GBA) 등 다양한 산업 연합에서 관리 표준과 방법론을 개발하고, 이를 정부가 다시 업계 표준으로 채택하는 일련의 과정이 선순환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규제 입안과 이행에서 정부와 기업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 정부, 국제기구,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의체인 GBA 이사로 활동하며 탄소발자국 산정, 환경, 공급망, 인권 등 ESG 관련 표준 제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ESG 규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전에는 일시적 매출 감소나 평판의 손상으로 끝날 일이 이제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리스크가 되었습니다. 이는 리스크에 잘 대응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속가능한 배터리 생태계를 위한다는 신념을 갖고 LG에너지솔루션을 친환경에너지와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는 회사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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