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6·사진)가 한국 남자골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막오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6년 연속 출전한다. 임성재는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로 세웠던 투어 챔피언십 진출을 이뤄 행복하다"며 "10년 연속, 혹은 그 이상 출전으로 9년 연속 출전하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기록을 깨보고 싶다"고 밝혔다.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은 시즌 내내 성적으로 적립된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30인만 출전할 수 있는 '별들의 전쟁'이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보상도 파격적이다. 총 보너스 1억달러(약 1332억원)가 걸린 '쩐의 전쟁'으로, 우승자에게는 2500만달러(약 332억원)이 주어진다. 꼴찌인 30위를 해도 55만달러(약 7억 3000만원)의 보너스 상금을 벌어간다.받는다. 막대한 보너스 상금뿐만 아니라 내년 시즌 4대 메이저 대회와 2000만달러(약 266억원)의 총상금이 걸린 8개 시그니처 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임성재가 매 시즌 시작할때 목표를 '투어 챔피언십' 진출로 꼽는 이유다.
임성재는 PGA투어 데뷔 시즌인 2018~19 시즌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투어챔피언십에 선다. 지난해 5년 연속 진출로 최경주와 타이기록을 세운 그는 올해도 투어챔피언십 티켓을 따내 한국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우승은 없었지만 7번의 톱10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한 덕분이다. 현역 PGA투어 선수 가운데 임성재보다 연속 출전 햇수가 많은 선수는 잰더 쇼플리, 토니 피나우(이상 미국·8회 연속),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7회 연속) 정도에 그친다.
올 시즌 초, 임성재는 다소 아쉬운 시간을 보냈다. 1월 초 개막전 더 센트리에서 PGA 투어 72홀 최다 버디 신기록(34개)을 세우며 공동 5위로 기분좋게 시작했지만 이후 난조가 시작됐다. 그 어떤 메이저보다 자신있었던 마스터스 대회에서 커트 탈락했고, 페덱스컵 랭킹은 한때 52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어진 RBC헤리티지에서 공동 12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만들어냈다.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US오픈 커트탈락이 아쉽긴했지만 시그니처대회인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공동4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디 오픈에서 공동 7위를 기록하며 톱랭커 자리를 지켰다.
다사다난했던 올 시즌에 대해 임성재는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마무리는 좋았고, 최종적으로 만족스러운 시즌"이라며 "디오픈에서 공동7위를 했지만 나머지 메이저대회에서 잘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시즌 초반의 난조에 대해 임성재는 "당시 멘털적, 기술적으로 많이 흔들렸고 지난 5년과는 느낌이 달랐다"며 "'슬럼프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아 스윙과 퍼트에 변화를 줬고 좋은 방향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 시간동안 임성재는 스스로를 믿고 버텼다고 한다. 그는 "골프가 잘 풀리지 않아도 인내심을 가졌다"며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한 것이 저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임성재는 페덱스컵 랭킹 11위로 투어챔피언십에 나선다. 랭킹 순위에 따라 이득타수를 안고 시작하는 시스템에 따라 임성재는 3언더파로 1라운드를 시작한다. 10언더파로 시작하는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는 7타 차이. 그래도 그는 "4일간 좋은 감을 유지하고 낮은 스코어를 친다면 1위부터 30위까지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임성재는 2002년 6타 차 열세로 투어 챔피언십을 시작했지만 우승자 매킬로이에 1타 차 공동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대회 첫날부터 임성재는 공격적인 플레이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열셀 시작하는 만큼 첫날부터 집중해야 한다"며 "1라운드에서 스코어를 줄여놔야 2~4라운드에서 경쟁할 수 있는 만큼 첫날이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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