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인디애나주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우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50.01 대 49.99 지분율로 총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초기 생산 규모는 연 27GWh로, 전기차 연 35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향후 연 36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본계약을 지난 27일 체결했다. 지난해 3월 업무협약(MOU)을 맺은 지 1년5개월 만이다. 양산 목표 시점(2027년)을 고려한 공장 착공 시기는 올해 4분기로 예상된다.
양산 시점이 1년 늦어지고, 생산 규모도 지난해 MOU를 맺을 때보다 줄었지만 공장 건설을 확정 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배터리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GM은 신형 전기차 출시를 지연하고, 2025년 전기차 생산 목표량(100만 대)을 수정하는 등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
신설 합작 공장의 주력 제품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다. GM이 2027년부터 출시하는 차세대 전기차에 장착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GM과 ‘46파이’(지름 46㎜)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도 향후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제품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5~6배가량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20% 이상 늘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통한다. GM은 그동안 파우치형 배터리를 전기차에 적용해 왔다. 삼성SDI와 손을 잡음으로써 각형과 원통형으로 폼팩터(모양)를 다변화하게 됐다.
삼성SDI가 북미에 공장을 짓는 것은 연말 가동 예정인 스텔란티스와의 인디애나주 합작 공장(연 33GWh) 이후 두 번째다. 검토 중인 미국 독자 공장 신설까지 확정되면 북미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외에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급증에도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에 비해 투자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의 수요 감소로 경쟁사가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고전하는 사이에 삼성SDI는 아껴둔 실탄을 활용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이번 합작 공장 건설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프리미엄 배터리를 생산할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리 배라 GM 회장은 “GM의 전기차 판매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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