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공사비 검증을 서울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한다. 시범사업으로 검증한 신반포22차는 시공사 증액요구분의 75%만 타당한 것으로 봤다.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 요구로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전 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SH공사의 공사비 증액 타당성 검증을 신청받는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행당7구역과 신반포22차의 공사비 검증이 마무리되면서다. 공사비 검증이 필요한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검증을 의뢰할 수 있다.
신반포22차는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 증액분 881억원 중 661억원을 제외한 220억원은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공사비 단가와 공사 수량 조정을 통해 설계변경으로 인한 증액분 646억원 중 160억원은 줄이고, 물가변동 235억원 중 60억원도 감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2017년 첫 계약 때 3.3㎡당 570만원에서 지난 4월 3.3㎡당 1300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하자 계약 변경을 앞두고 검증을 신청했다. 분석에 나선 SH공사는 3.3㎡당 1204만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신반포22차의 공사비가 높은 이유로는 도심 속 소규모 단지(160가구), 후분양으로 인한 높은 금융비용 등이 꼽혔다. 디에이치 적용에 따른 마감재 고급화와 가파른 물가 변동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신반포22차에 앞서 SH공사에서 공사비 검증을 완료한 행당7구역(재개발)은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당초 시공사(대우건설)가 제시한 526억의 53%인 282억원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를 끌어냈다.
서울시는 "고가 수입자재보다는 적정가의 우수 자재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3.3㎡당 몇백만원 식으로 총액으로만 계약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변경된 도면과 내역을 명확히 관리해 계약을 맺어야한다"고 밝혔다. 공사비 변경은 예상보다 자주 이뤄진다는 게 서울시 의견이다. 시공사의 유상제안(브랜드 상향) 반영, 구조물 안전심의 과정, 설계도서와 다른 현장 조건, 조합의 특화 요청 등에 따라 증액 사유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H공사는 ‘공사비검증 관리카드’를 도입해 시행한다. 당초 시공사에서 고가의 자재·제품을 약속했으나 내역서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시공 단계에서 고가의 자재·제품이 누락되거나 변경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가의 자재나 제품은 관리카드를 만들어 관리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형 표준계약서를 배포해 조합과 시공사의 책임을 명확히했다. 시공자 선정 및 계약에 앞서 독소조항 등을 미리 검토해 주는 등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해 주기 위한 ‘전문가 사전컨설팅 제도’도 시행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사업시행인가가 완료된 구역은 공정관리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5~6년 내 착공이 가능하다”며 “정비사업은 갈등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조합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선 시의 갈등관리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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