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이래서 연간 임대료를 10억원으로 깎아줘도 누가 들어오겠나요?"</i>
부산 북항 마리나 클럽하우스가 약 700억원을 들여 완공한 후 문을 연 지 1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민간 운영자를 못 찾아 다이빙풀 등 아쿠아 시설을 빼면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기존 30억원에 달하는 연간 임대료를 절반 밑으로 줄이는 '파격 할인'까지 했음에도 연이은 유찰에 사업을 진행하는 부산항만공사(BPA)는 물론, 이곳을 바라보는 부산시와 부산시민의 속내까지 복잡하기만 합니다. 수조 원이 투입돼 부산의 숙원 사원으로 여겨지는 일대 재개발에 힘이 조금씩 빠지는 분위기 때문입니다.
북항 재개발사업의 '출항'을 알리는 북항 마리나 클럽 하우스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 팀이 부산을 찾았습니다.
다이빙풀, SNS '핫플' 등극?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받은 인상은 "완공된 게 맞나" 였습니다. 혈누탐팀은 부산역서부터 보행로로 이곳 클럽 하우스를 찾았는데, 건물 주변에는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고 그 앞 안내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물은 완공된 게 맞았고 주차장 입구 방면 등을 통해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풍기는 인상과 달리, 지난해 12월 말 열린 이곳 내 아쿠아 시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명 '핫플'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중에도 부산 시민이 아닌 다른 경남 지역민들도 굳이 일부러 이곳을 찾을 정도랍니다. 22일 이곳에서 만난 한 40대 시민 A씨는 "울산에서 왔다"면서 "주말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 예약이 필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그의 말처럼 사람이 몰릴 때 이곳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합니다.
영남 유일무이한 다이빙풀인데다 유독 운영시간이 짧은 편인 영향 때문으로 파악됩니다. 다른 지역 주요 다이빙풀은 오전 8~9시부터 오후 10~11시까지 운영되는 반면, 이곳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됩니다.
이곳의 다이빙풀은 영남 최고 수심(24m, 한국 4위 수준)을 자랑하고, 풀장 내부에는 '트릭아트'가 많고 수심이 다양해 '인증샷 맛집'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실제 누리꾼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면 작품전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B씨도 "더 유명해지면 오기 어려워질 것 같아 미리 많이 와두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방송인 강호동씨가 유튜브 '강호동네방네'에서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강씨가 "아니, 부산에 이런 곳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이야 휴가 시즌이라지만, 평소에는 주말이 아니고서야 텅 비는 날도 많고, 다이빙풀 벽면 등에서 페인트와 실리콘이 떨어져 시설 관리 논란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시설 밖 야영장 예약과 관련해 대행사에 문제가 발생해 당초 예고됐던 시간에 예매가 못 이뤄져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용자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700억짜리 수영장 될 판"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본래 이곳은 지금처럼 수영장을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 아닙니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약 700억원을 투입해 만든 이 클럽 하우스는 전체 면적 7200㎡의 7층에 달합니다. 본래는 숙박시설·카페·식당·상가·다목적홀까지 구성할 방침으로, 아쿠아 시설만 BPA에서 운영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위탁할 계획이었습니다.그러나 기획 단계인 2015년 이후 내내 수 차례에 걸쳐 입찰 공고를 냈지만, 민간 운영자를 못 찾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10년 계약에 연간 임대료를 35억원으로 책정해 입찰 공고를 냈으나 적절한 민간 운영사를 찾지 못했고, 그해 10월에는 24억원, 급기야 지난 4월에는 16억원으로 연간 임대료를 절반이나 깎으며 운영자를 물색했으나 실패의 연속입니다. 지난 6월에 응찰한 2곳 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파머스푸드랩이 최근 협상 결렬을 통보하면서 차순위 협상적격자와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계약 여부에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BPA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상업시설 운영자 선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BPA 한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쟁력 있는 운영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지역 관계자는 "이러다가 700억짜리 다이빙풀로 전락할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잘못된 접근부터 준비 부족까지
지역 및 해양산업 전문가들도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단 수요를 파악하기에 먼저 일단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일단 만들고 보는 관행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정부와 BPA 부담으로 세금 약 3조원이 쓰이는 북항 재개발사업에서도 1단계 핵심 사업 중 하나기 때문에 '첫 단추부터 어떻게 이렇게 끼운 것이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마리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요트 계류시설이 미비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이곳에는 수백 대의 배를 댈 수 있는 계류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태풍 피해 우려 속에 시설을 철거한 후 현재 철기둥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 지역 관계자는 "마리나의 기능을 하려면 계류 시설이 일단 설치돼야 하는 게 전제 조건인데, 사업 진행이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양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당초 BPA가 민간 운영자를 찾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협상을 결렬한 파머스푸드랩이 제안한 수변 카페, 씨푸드 빌리지, 야시장 등을 참고해 시가 직접 운영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조우정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스포츠학과 교수는 "들어오는 업체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공사의 잣대로 공익성을 우선시하면 민간 운영자를 찾는 일은 계속 어려울 것"이라며 "그게 아니면 국내에서 경기평택항만공사가 마리나를 직접 운영하는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민간 위탁만 고집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재개발 일대를 가로지르는 신규 도로는 북항 인근 바다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거둔 부산포해전 중심지였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이순신대로'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일대를 계속 개발한다면, 만반의 준비로 연전연승하신 이순신 장군께선 "거기서 내 이름은 좀 빼라"고 하실 것 같습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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