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채·은행채’ 폭탄…회사채 ‘돈맥경화’ 불안감

입력 2024-08-29 16:46   수정 2024-08-30 09:19

이 기사는 08월 29일 16: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등급 AAA급 공사채(특수채)·은행채가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기업의 '자금시장 구축' 우려도 커졌다. 조달통로가 좁아들고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공사채 및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총 3조5409억원(2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공사채 및 은행채 순발행액은 지난 6월 ?1조1151억원을 기록하면서 순상환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7월 1조3274억원으로 순발행으로 전환된 후 이번 달에는 순발행 규모가 더 커졌다.

공사채 시장에서는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채권 물량을 쏟아냈다. 한전채 발행 작업이 재개된 지난 6월부터 5조900억원어치의 발행 작업이 마무리됐다. 은행채 물량도 불어나고 있다.

가계대출 규모가 가파른 속도로 불어난 결과다. 최근 서울 시내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가 이어져고 있어서다.

공사채·은행채 만기도래 물량도 쏟아질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특수채와 은행채는 각각 31조6647억원, 75조4509억원에 달한다. 100조원이 넘는 AAA급 채권 물량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회사채 투자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와 은행채 등 초우량물 수급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며 “AAA급 채권이 순발행 기조로 돌아서면서 기업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빨아들이는 공사채·은행채…유동성 떨어지자 AA급 우량채도 ‘오버 발행’
당초 하반기 회사채 시장 개장을 앞둔 기업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은 추석 앞으로 조달 시기를 앞당겼다. 하반기 회사채 시장이 재개된 지난 19일부터 추석 연휴까지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은 총 30개 기업, 최대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우호적인 회사채 조달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수요예측에서 고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AAA급 공사채·은행채 암초에 부딪히면서 기관투자가 투자수요 확보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회사채를 찍는 ‘오버 발행’을 면치 못한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한국토지신탁(신용등급 A-)은 지난 20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년물이 일부 미매각됐다. 공모 희망 금리 최상단으로 금리가 결정되면서 2년물 210억원을 이 회사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50bp(bp=0.01%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찍었다. SK(AA+), KB증권(AA+), SBS(AA) 등 우량 기업들도 회사채 목표 물량 확보는 달성했지만, 기관들이 높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넣으면서 오버 발행이 최종 결정됐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내고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들어 공사채·은행채 등 AAA급 채권이 시장에 쏟아진 여파로 관측하고 있다. 초우량물이 일반 기업의 자금 조달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사채 시장에서는 한전채 리스크가 재점화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6월 한전채를 발행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공사채 시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한 달에 네 차례씩 5조원이 넘는 한전채를 발행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도 부동산 정책 관련 자금 조달을 위해 공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은행채, 70조 차환물량 쏟아진다
은행채 증가세도 빨라지고 있다. 가계대출 확대로 자금 소요가 커진 은행들이 은행채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27일 기준)은 723조8547억원 집계됐다. 7월 말(715조7383억원) 대비 8조1164억원가량 늘었다. 올해 최대 증가 폭을 보인 7월(7조1660억원)보다도 1조원가량 더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가계대출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하반기에만 70조원의 넘는 은행채 만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초에 비해 기관투자가의 곳간이 상당 부분 줄어든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실탄이 연초부터 빠르게 소진된 상황에서 AAA급 우량채들이 시장에 재등장한 데 따른 충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향후 AAA급 우량채 급증세가 이어지면 회사채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적과 업황이 좋은 일부 기업만 낮은 이자에 회사채를 조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금시장 수급의 최대 이슈가 초우량물의 발행 증가에 따른 물량 부담”이라며 “특히 과열된 주택매수심리가 언제 진정될 것인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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