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경찰이다. 이번에 맡은 경찰은 ‘생활밀착형’이라고 표현하던데.
“사기를 당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데 범죄 현장에서 10억원을 발견한다. ‘그럴 때 어떻게 할 건가, 난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경찰이라고 해서 그런 유혹이 없을까. 실제로 형사들은 줄곧 그런 얘기를 한다. 우린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사람이라고. ”
▷극 중 백중식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형사로서 강인해진달까?
“백중식을 비롯해 모든 캐릭터에게 각자 상황에서 극한의 조건이 계속 생기다보니 온갖 본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걸 관전하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다. 초반 2부에서 10억원을 백중식이 가져가지 않았다면? 작품은 그걸로 싱겁게 끝났겠지(웃음). 사실 경찰이 장물 10억원을 훔쳐 가는 건 심각한 범죄 아니겠는가. 근데 10억원을 한 번에 쓰진 않더라. 일단 이자부터 갚고. 아주 나쁜 형사는 아니지만 용납은 안 되는 인물이어서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미지가 변한다.”
▷준비 과정과 촬영 과정은 어땠나.
“추격전이 가장 힘들었다. 제대로 된 액션을 하면 중요 장면은 대역을 쓰는 편인데 이번엔 그냥 헉헉대면서 나대로 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그게 참 힘들었다(웃음). 극 중 배경인 호산시는 잘사는 동네가 아니다. 집이 다 허름하다. 서울 어디 외곽 지역이었고 세트 없이 실제 로케이션(야외 촬영)이다. 그런 부분이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였다.”
▷‘오징어게임’ ‘더 에이트 쇼’ ‘머니게임’ 등 돈과 인간의 군상을 다룬 작품이 인기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인간의 본성을 드러나게끔 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제목의 의미처럼 모든 캐릭터가 갈 데가 없다. 사실 다들 갈 데까지 간 거다. 다들 요즘 너무 힘들지 않나. 그런 밑바닥 심정을 담고 있어서일 것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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