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일이다. 2017년 4월 15일과 16일 영국 런던 출신 4인조 밴드 콜드플레이가 내한했다. 4월 16일 공연 도중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노래 ‘옐로(Yellow)’를 불렀는데, 이 장면은 시간이 흘러도 한국 팬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내한 공연 후 콜드플레이는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2022년부터 다시 세계를 돌고 있다.
콜드플레이의 여덟 번째 월드투어 공연인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를 지난 15일 뮌헨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만났다. 뮌헨 공연은 17일과 18일까지 3회 이어졌다. 이 투어는 2022년 3월 18일 코스타리카 공연을 시작으로 2년이 넘는 기간에 153회 공연을 소화하고, 약 880만 명의 관중과 만나는 일정이다. 예상 수익만 9억47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
우주 최강 슈퍼밴드답게 이들은 지구의 환경에도 큰 신경을 썼는데, BMW와 협업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 충전 배터리를 만들었고, DHL과 논의해 관객의 LED(발광다이오드) 팔찌를 개발하고 수거-운송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어 냈다. 판매되는 모든 티켓에 나무를 심는 비용을 포함시켜 투어의 멋과 격을 살렸다.
첫 곡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가 흐르는 동안 멤버들은 몸을 풀고, 이어 보컬 크리스 마틴의 카운트로 공연이 시작됐다. ‘하이어 파워(Higher Power)’ ‘파라다이스(Paradise)’ 등으로 공연장 분위기는 초반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 ‘더 사이언티스트(The Scientist)’로 4막 중 첫 도입인 Act I이 마무리될 무렵, 크리스 마틴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아델의 곡 ‘섬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를 불렀다. 콜드플레이가 공연하는 시기 아델도 8월 한 달간 뮌헨에 머물며 공연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아델이 사전에 콜드플레이의 공연 날짜와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배려했다는 후문에 응답한 곡이었다.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를 부를 땐 올림피아슈타디온 일대가 들썩일 정도로 웅장한 소리가 전 우주를 감싸는 듯했다.
지난 6월 세계 최대 뮤직&아트 페스티벌인 글래스턴베리에서 “휴대폰은 주머니에, 손은 하늘 위로(Your phones in the pocket, Your hands in the sky)!”라고 한 멘트도 이날 재연됐다. 마지막 파트인 Act Ⅳ에서는 2000년대로 시곗바늘을 돌려놨다. 서정적인 브릿팝이 지배한 그때처럼 ‘스파크스(Sparks)’와 ‘픽스 유(Fix You)’가 이어졌다. 이날은 특별히 숀 멘데스가 깜짝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크리스 마틴과 함께 ‘픽스 유’를 불러 관객들의 귀를 어루만졌다. 콜드플레이가 10월 4일에 발매할 새 앨범 ‘문 뮤직(Moon MUSIC)’에 수록될 두 곡이 두 시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콜드플레이가 결성된 지 30여 년이 흘렀다. 2000년대 청춘을 보낸 사람들은 이들의 노래로 기뻐하고, 슬퍼한 순간이 많을 것이다. 간결 명료한 사운드로 따뜻한 음악을 들려주고, 밴드 자신들도 품격있는 행보를 보인 것만으로도 이들은 현존 우주 최강 슈퍼밴드라 할 만하다. 이 투어는 11월 16일 뉴질랜드 에덴파크에서 종료될 예정이다.
뮌헨=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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