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중형 선박은 모두 54척으로 124만CGT(표준선환산톤수) 규모였다. 전 세계 중형 선박 수주량의 9.5%다. 5~6년 전 20%에 달한 점유율은 반토막이 됐다.
이 중 43척(99만CGT)은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 HD현대미포가 따낸 물량이다. 중형 조선사인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이 따낸 수주량은 총 11척(25만CGT)에 불과했다. 글로벌 점유율로 보면 1.9%다. 2021년 상반기 5.7%에서 뒷걸음질 친 것이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제조하던 중형 컨테이너선, 중형 벌크선, 중형 탱크선 물량은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갔다. 올 상반기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따낸 중형 컨테이너선, 중형 벌크선 수주량은 ‘제로(0)’였다. 친환경 대형 선박에 비해 기술 장벽이 높지 않아 가격으로 승부하는 중국에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2021~2022년께 코로나19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저렴한 배를 찾는 고객사가 많아지면서 중국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문제도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RG는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만들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선수금을 은행이 보증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국내 중형 조선사의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서 은행들이 RG 발급을 꺼리자 선사들의 주문이 함께 끊기고 있다. RG를 발급받지 못하니 수주를 못하고, 수주를 못하니 재무상태가 나빠져 RG를 발급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인력난도 중형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국가 기반산업인 조선업 저변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양종성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대기업 계열사인 HD현대미포가 건조하지 않는 다양한 중형 선박을 다른 중형 조선사들이 건조해야 하는데 대부분 퇴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가 나서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지원하고 인력 확보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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