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실패한 파업 재시동…교섭권 확보 '꼼수'

입력 2024-08-29 19:23   수정 2024-08-29 20:01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합병이 예정된 다른 노조를 움직여 쟁의권(파업권)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해도 더 이상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쟁의 기간만 연장되는 부담을 일단 줄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 나오는 집행부 대상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파업을 준비하려는 목적이란 평가도 있다.

전삼노는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쟁의권을 확보, 회사와 협상을 최대한 빠르게 끝낸 후 재파업에 시동을 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쟁의권을 잃게 됐다. 이날 삼성전자 1노조가 개별 교섭권을 사측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1노조는 전삼노와 합병이 예정된 곳이다.

삼성전자에선 전삼노가 대표교섭권을 갖고 있었다. 전삼노는 지난 5일 대표교섭권을 확보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어느 곳이라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요구를 하게 되면 전삼노의 대표교섭권은 없어진다. 쟁의 행위도 불가능하게 된다.

그동안 전삼노는 "다른 조합이 교섭 요구를 하면 조합의 단결을 해치는 것"이란 입장을 갖고 있었다. 교섭 요구를 하겠다는 3노조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삼노와 합병이 예정된 1노조가 교섭 요구에 나선 것은 전삼노 집행부의 전략이란 분석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파업을 해도 기대할 게 없고 노조 집행부가 특별하게 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쟁의 기간만 연장되는 부담감을 없애려는 것이다.

지난 총파업 기간 '무임금 무노동' 원칙으로 인해 월급의 절반 이상을 못 받게 된 일부 전삼노 조합원들은 집행부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전삼노 집행부가 여론을 바꾸고 파업 동력을 다시 갖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사측은 "어느 조합이든 교섭 요구가 진행될 것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1노조의 교섭 청구가)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며 "법에 정해진 기준대로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성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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