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연희동의 한 차도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의 원인이 인근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 때문일 수 있다는 서울시 내부 보고서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인근 노후 하수도관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담겼다.
30일 박영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확보한 서울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이번 땅 꺼짐 사고가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고 발생 이후인 오후 3시 45분부터 서울시 재난안전실은 외부 전문가, 도로관리과, 서부도로사업소,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와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기본 관계자는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 관련 흙 반출량 등 정보를 분석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는 사고 지점에서 약 170m 떨어진 사천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도기본은 우기에 집중되는 빗물을 홍제천으로 뽑아내는 관로를 조성하는 사업을 2020년도에 시작했다. 당초 2022년 6월 끝날 예정이었지만 공사 중 큰 암반을 만나 핵심 기계가 고장 나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내년 6월 준공이 목표다.
소방 당국과 서대문구는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이 노후 하수도관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수관보다는 굴착 공사와의 연관성에 무게를 더 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날 현장을 방문한 김재성 지하안전자문단 위원(외부전문가)은 "하수관 원인은 아닌 것 같다"며 "순간 1.5m 이상 흙이 확 내려간 형태의 땅 꺼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근 도로에서 무리하게 굴착 공사를 하다 보니 지하수와 토사가 상부로 유입돼 지반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서울시가 매년 벌여오고 있는 공동 조사가 무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5개년 계획에 따른 정기점검, 시가 강화해서 추진하는 특별점검, 공사장 주변 집중 점검 등 다양한 지하공동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예산 50억원을 투입해 지난 8월까지 도로 5787㎞를 조사하고 공동을 559개 발견했다. 사고 현장도 지난 5월 조사 대상이었지만 당시에는 공동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서울시에 원인 모를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것은 글로벌 도시에 걸맞지 않다"며 "시민들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는 도시를 위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도 사고 발생 30m 지점에서 도로 침하가 발견돼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시는 오후 4시쯤 재난안전실장 주재로 합동점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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