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언급했다. 이유가 있다. 장 사장은 "2035년 이후에는 유럽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가 아니고는 팔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커지고 있음에도 전기차 개발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뜻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6만2593대로 전년(2022년) 대비 1.1% 줄었다. 올해 들어(1~7월) 전기차 등록 대수는 다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어 감소세가 한층 심해졌다. 기존 전기차 가격, 충전 인프라 문제뿐 아니라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충전 우려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를 100% 완전히 충전해도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됐다"며 "전기차 배터리 100%는 실제 100%가 아니다. 배터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내구 성능 마진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고 강조했다.
BMW코리아 역시 'BMW 전기차 안전 가이드'를 배포해 "배터리 총용량에서 안전마진을 남긴 용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100% 완충해도 안전하다"고 전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충전량이나 충전 속도 등이 (전기차 화재와) 연관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배적인 이유는 아니다"라면서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셀 내부 결함이나 BMS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는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돼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 잘못됐다고 짚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팩은 고도의 내화성·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며 "배터리 화재의 경우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늦추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 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방청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망라한 데다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 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에서 불이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만 유독 화재가 건수도 많다는 건 과도한 우려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를 제조하는 기업이 전기차의 안전에 대해 소비자의 불안함을 해소해줘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과충전, 과방전, 배터리셀 불량, BMS 불량, 운전 습관으로 인한 스트레스 누적 등의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면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그 중 하나가 충전율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전율 하락 조정은 확실히 열폭주를 줄이고 에너지 집중도를 낮추며 화염 전이 속도를 늦춰 안심하고 운행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며 "그래서 전기차를 카페리 등 선박에 실을 때 50% 미만으로 충전율을 낮추라고 얘기하고 선주들도 찬성한다. '100% 충전해도 안심하라'는 식의 전략은 현재로선 부적절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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