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권력자 자리를 두고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둘 중 과반을 가져간 후보가 없는 박빙의 상황에서 결과는 안갯속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두 후보 사이의 첫 TV 토론회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투자자들의 이목도 쏠리고 있다. 어느 후보 수혜주에 베팅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1차 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높아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단 점에서 이번 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토론회 이후 해리스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면 기존 주도주 쏠림 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대선의 화두는 물가다. 트럼프는 '낙수효과'로, 해리스는 '분수효과'를 주장하는 만큼 양측의 경제정책이 충돌할 전망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은 기업과 고소득층 대상 감세정책을 펼쳐 생산과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는 곧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을 기반으로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단 복안이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생산과 투자 증가에 기여한다는 주장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시에는 금융주가 수혜를 누릴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현행 도드프랭크 법안 폐지를 주장하면서 이의 완화 버전인 '금융선택법'을 추진한 바 있다. 기존 금융규제 '강화'에서 '완화'로 기조를 바꾸겠단 의지를 보여온 만큼 관련주 수혜가 점쳐진다. 앞서 공화당이 추진했던 금융선택법에는 금융기관들의 대출규제 완화, 스트레스테스트 완화, 법정지급준비율 완화, 은행 자기자본 트레이딩 허용 등이 포함됐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 업종은 트럼프 정책의 대표적 피해 업종이다. IRA 법안 수정에 따라 기존에 받았던 지원금과 세제혜택이 모두 철폐될 가능성이 높다. 운송업과 상사·자본재 업종도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무역량 감소로 직격탄을 받을 전망이다.
해리스 당선 땐 반대로 신재생 에너지 업종이 최대 수혜주가 된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지로 관련 기업들의 지원금과 세제 혜택 수혜가 이어질 것이어서다. 전기차 의무화와 전기 충전소 확대, 전기차 보조금 유지 등 정책들은 관련 산업에 긍정적이다.
반면 음식료·유통주는 긴장해야 한다. 식료품가 폭리를 막기 위한 '바가지 가격 금지'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세금과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은행들의 인수합병(M&A)을 금지하는 등 금융규제 강화 기조를 추진하는 만큼 금융주에도 부담이다.
두 후보 중 누가 돼도 공통적으로 수혜를 받는 업종에는 방산주가 꼽힌다. 양당 모두 국방 투자 확대 기조를 펴서다.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국방비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가 '자주 국방'을 강조하면서 방산 투자를 강조해 온 만큼 트럼프 집권 시 더 큰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중국산 의약품에 대한 제재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선 헬스케어(CMO·CDMO) 업종도 공통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표적 고금리 피해업종이었던 부동산 업종, 순이자수익 확대로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은행 업종 등 금리 인하 수혜주들을 긴 호흡으로 사모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대선 전까지 주가지수 상승은 제한적"이라며 "상대적으로 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덜하고, 시장의 눈높이가 높지 않은 미국 고배당주와 금융, 방위산업 중심으로 대응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보다 단기적으로는 저변동성 테마와 관련된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전통 통신업종을 추천했다. 이 연구원은 "이들은 대표적인 경기 방어 업종으로 시장 전체 변동성이 커진 올 7~8월 사이 주요 지수와 반대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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