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함께 '배당성장주'에 주목해야 할 시기입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한경 재테크쇼'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사진)는 하반기 국내 증시 투자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다가오는 금리인하, 재테크 전략 어떻게 바꿀까'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앞둔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주식, 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와 하반기 시장 전망과 재테크 전략을 제시했다. 행사장에는 3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몰려 재테크 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윤 대표는 정부의 역점 사업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투자자의 시선을 한국 증시로 되돌릴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에서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을 때 대부분 시장 참여자들이 비웃었지만 결국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5대 종합상사 지분을 크게 늘리며 화답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나라도 밸류업을 계기로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밸류업 관련주 가운데 '배당성장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보단 이익 규모와 배당이 모두 늘어나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배당주와 배당성장주는 다르다"며 "선언적으로 단기 배당정책을 발표하는 회사보다 속도와 내용 측면에서 일관성을 갖춘 회사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에 이어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도 기조강연을 위해 연단에 올랐다. 채 대표는 채 대표는 저출생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당 0.721명으로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채 대표는 저출산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서울 부동산이 강세를 보이면 지방 광역시도 동반 상승했지만, 최근 지방 광역시 부동산 가치는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며 "시장은 지방 광역시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식 투자에 저출산이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채 대표는 "내수보단 수출에 집중하는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상반기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와 삼양식품의 주가가 급등했는데, 해외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주식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상반기 '2024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에서 우승한 박장원 신한투자증권 센트럴금융센터 차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차장은 하반기 바이오 업종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종목들은 금리 인하기 대표적 수혜 섹터로 꼽힌다.
박 차장은 "5~10년 단위로 결과물을 내게 되는 바이오 회사로선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금리 인하기가 투자 적기"라며 "현재도 거래대금 상위주를 보면 바이오주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대금, 시가총액이 큰 바이오 대장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덧붙였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반도체 △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방산 △밸류업(가치 제고) 등을 꼽았다. 박 센터장은 "인공지능(AI)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촉진한다"며 "올해부터 온디바이스 AI(내장형 AI)가 본격 출시되는데, AI 모바일폰부터 휴머노이드로봇 등 반도체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박 센터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해리스가 당선 가능성이 높아 '해리스 트레이드'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테마가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 2차전지에 관심이 많은데, 단기적으로는 괜찮지만 중국에 엄청난 도전을 받고 있어 추세적으로 보지는 않을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로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이 나섰다. 먼저 이 연구위원은 '하반기 내집 마련해도 될까'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서울을 중심으로 선호 지역의 가격은 오를 것으로 봤다. 지역 간 양극화도 심화할 것이란 입장이다.
그는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사람이 몰린다"며 "한국에서 주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이라고 꼽았다. 이어 "아직은 서울 내에서도 주요 지역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 상승세가 서울 주변 지역으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소장은 필명 '빠숑'으로 유명하다. 그는 9월 이후 상급지가 아니라 수도권 중하급지의 집값이 오를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론 서울 인근에 있는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에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서울 내 공급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 지역이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전세를 보러왔다가 가격이 맞으면 매매로 돌아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에 대해선 "대구의 경우 일자리와 학군, 교통 등 다방면으로 우수한 수성구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성구 대장 아파트에선 신고가도 나왔다"면서도 "대구 내 다른 지역은 부진하고, 부산, 울산, 광주 등도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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