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양한 부품, 자재, 인력 부족으로 많은 생산 공정이 차질을 빚어야만 했다. 일부 부품이 누락되면 전체 제품이 불완전해져 판매가 불가능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는 이를 ‘황금 나사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작은 부품 하나라도 누락되면 자동차, 냉장고, 컴퓨터 또는 항공기 엔진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석학 요시 셰피 교수는 책 <매직 컨베이어 벨트>에서 오늘날 복잡한 공급망의 특성과 인공지능(AI), 자동화, 로봇 같은 최신 기술이 공급망 프로세스와 고용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하며,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적 관점과 현대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특정 사건을 계기로 소비가 증가할 경우 소매, 유통, 제조, 원자재 순으로 공급망이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수급 간 불균형이 심화하는 ‘채찍 효과’가 나타나 인플레이션이 증폭된다고 주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대 공급망은 훨씬 더 많은 도전 과제, 세계 무역으로 인한 경쟁 심화, 고객의 서비스 기대 증가, 지정학적 긴장과 그 영향의 증가, 제품 생산과 수요 연계 과정에서 물류와 운송의 불확실성 확대, 지속 가능 성장 차원에서 사회정의와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에 대한 요구 사항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렇듯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함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사실상 업스트림(조달)의 시작점과 다운스트림(유통)의 종점이 모두 희미해질 정도로 각 단계의 상호의존성이 커졌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공급망 중단은 더 빈번히 발생하고, 그 영향 또한 즉각 눈에 보인다.
한편 이런 비즈니스 중단 리스크를 관리하고 복구할 수 있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은 이제 기업은 물론 사회, 경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이런 여건에서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릴 중요한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기술 발전과 AI에 기반한 혁신이다. 앞으로 AI가 공급망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리고 이런 변화 과정에서 근로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일련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분석하면서 확산하는 규제와 공급망의 환경적·사회적 지속 가능성 같은 도전 과제들, 로봇 기술과 챗GPT, AI의 도입 및 확산으로 인한 일의 미래 관련 이슈를 보다 통찰력 있게 다루고 있다.
‘공급망, 인공지능, 일의 미래’, 얼핏 서로 다른 주제인 듯 보이지만 모두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이슈들의 내막을 살피다 보면 세상이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이 주제를 둘러싼 갈등과 쟁점 또한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실감케 된다. 동시에 이 주제의 시작과 전개, 전환 사례를 이 책을 통해 면밀히 살펴보면 성공적인 끝맺음을 위해 개인은 물론 기업과 사회,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분명해진다.
셰피 교수는 AI 기술과 관련된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술 주도의 혁신으로 인한 비약적 발전이 일자리, 고용에 항상 나쁜 영향으로 다가오지만은 않을 것임을 주목한다. 즉 AI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가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진행 중인 AI 기반 혁명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산업혁명과 다르다. 전문직 종사자에게 영향이 크면서 광범위한 직업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능했던’ 기능을 수행하고, 매우 빠르게 작동한다. 현재 AI가 적용된 기술은 과거 산업혁명보다 훨씬 크게 직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AI 혁명의 변화 속도를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과 사업장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다가올 변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획하고 개발해야 할 때다. 일의 미래에 인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기술이 항상 그래왔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계속해서 창조할 새로운 세상에서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성희 AFW파트너스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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