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다니엘라 산탄체 이탈리아 관광부 장관은 관광세 인상을 논의하기 위해 9월 관광업계와 대화할 예정이다.
산탄체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오버투어리즘의 시기에 우리는 관광세 인상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세금을 지급하는 관광객들이 더 책임감을 갖도록 만드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관광부는 관광세 상한선을 100유로(약 14만8000원) 미만 객실의 경우 1박당 5유로(약 7400원), 750유로(약 111만원) 이상인 객실의 경우 최대 25유로(약 3만7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탈리아 1200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 관광세로 7억 7500만 유로(약 1조1457억원)를 벌어들였다. 이탈리아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내외 관광객이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를 경우 1인당 1~5유로의 관광세를 내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거둬들인 관광세는 4억7000만유로(약 6948억원)이었는데, 지난해 정부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의 경우 관광세를 최대 10유로(약 1만4783원)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관광세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붕괴된 여행 산업이 지난해 회복한 것도 관광세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 이탈리아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6500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올랐다.
관광세 인상은 오버투어리즘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주요 관광지의 도심 아파트가 관광객을 위한 임대에 사용되면서 주택 가격이 껑충 뛰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국민들이 불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로 어려워진 이탈리아 정부도 관광세 인상에 적극적이라고 FT는 전했다. 국제통화기금( IMF)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부채를 갚기 위해 사용하는 금액만 현재 공교육 지출 금액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관광업계는 관광세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 관광업계를 대표하는 페더투리스모의 마리나 랄리 회장은 "많은 도시들이 예산의 구멍을 막기 위해 불법적으로 관광세 수입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대형 호텔을 대표하는 콘인더스트리아 알베르히의 바바라 카시요 이사는 "이탈리아가 다른 유럽 여행지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비용은 이미 매우 높은 편이다. 관광세 인상이 여행객을 겁먹게 만들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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