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박영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확보한 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은 이번 땅 꺼짐 사고가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고 발생 이후인 오후 3시45분부터 서울시 재난안전실은 외부 전문가, 도로관리과, 서부도로사업소,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신설 공사 관련 흙 반출량 등 정보를 분석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사천 빗물펌프장 유입관로 공사는 사고 지점에서 약 170m 떨어진 사천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기에 집중되는 빗물을 홍제천으로 뽑아내는 관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0년 착공해 당초 2022년 6월 끝날 예정이었지만 공사 중 큰 암반을 만나 기계가 고장 나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내년 6월 준공이 목표다.
소방당국과 서대문구는 브리핑에서 노후한 하수도관이 이번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수관보다 굴착 공사와의 연관성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현장을 방문한 김재성 지하안전자문단 위원(외부전문가)은 “순간 1.5m 이상 흙이 확 내려간 형태의 땅 꺼짐으로 볼 때 하수관이 원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인근 도로에서 무리하게 굴착 공사를 하다 보니 지하수와 토사가 상부로 유입돼 지반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가 매년 벌이고 있는 공동 조사가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는 예산 50억원을 투입해 8월까지 도로 5787㎞를 조사하고 공동(空洞)을 559개 발견했다. 사고 현장도 5월 조사 대상이었지만 당시엔 공동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도 사고 발생 30m 지점에서 도로 침하가 발견돼 한때 교통이 통제됐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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