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도 외면…'세금 먹는 하마' 초미니 축제

입력 2024-08-30 17:33   수정 2024-08-31 10:26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국적으로 총예산 3000만원 미만 ‘초소형 지역축제’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저조한 주민 참여로 ‘적자 행사’가 대부분이다 보니 사실상 주최 측의 ‘예산 나눠 먹기’용으로 변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 축제에 대한 사후 평가를 강화해 향후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주민도 모르는 미니 축제 우후죽순

“대체 무슨 명목으로 축제가 열리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대전에 사는 전모씨(24)는 지난 11일 도심에서 열린 ‘0시 축제’로 인한 도로 교통 통제를 바라보며 이처럼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폭염으로 체험 부스에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그냥 내 세금만 녹고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역 축제가 급증하고 있다. 3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열리거나 열릴 예정인 지역 축제는 총 1170개로 집계됐다. 매일 3.2건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32.4% 늘었다.

특히 총예산 3000만원 미만 초소형 축제의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총예산 3000만원 미만의 소규모 축제는 올해 106건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68건) 대비 55.88% 급증했다. 다음으로 △3000만원~1억원 미만 39.49%(195건→272건) △1억원~3억원 미만이 32.13%(277건→366건) △3억원~5억원 미만 28.57%(98건→126건) △5억원 이상 25.66%(226건→284건) 등 순이었다.

주최 측조차 3000만원도 안 되는 예산으로는 제대로 된 행사가 어렵다고 실토한다. 한 기초단체 공무원은 “정말 제대로 된 축제를 열려면 최소 10억원은 있어야 한다”며 “비용이 적으면 외부 전문가 인력이 아닌 공무원들이 차출·동원되기 때문에 우리도 괴롭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축제가 잘게 분산되면서 주민 호응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지역축제에 한 번 이상 참가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은 2023년 35.4%로 2019년(45%)보다 9.6%포인트 하락했다. 1인당 평균 관광 소비액도 2023년 3만1000원대로 2019년 대비 12.7% 줄었다.
○장수 축제 늘리려면 사후평가 강화해야
우후죽순 늘어난 지역축제들은 정체성이 모호하거나 주제가 서로 겹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날 강원 양구군에서는 지역이 국토 정중앙이라는 의미의 ‘청춘양구 배꼽축제’가 개막했다. 올해 경기 광주시, 제주 휴애리·서귀포시 등에서는 ‘수국 축제’가 열렸고, ‘맥주 축제’ ‘고추 축제’ 등 유사 축제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 중이다.

정부가 이런 ‘행사성 사업’에 통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지방재정법을 바꿔 지방자치단체 주요 재정사업 심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초소형 축제는 이 같은 심사에서도 제외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지자체별로 3억원 이상 축제는 투자심사를 받게 돼 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하면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자칫 ‘축제 쪼개기’만 조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전 심사보다 사후 평가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진호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축제 예산은 경상비 비중이 높아 깜깜이로 배정되는 항목이 많아 세금이 새나갈 수 있다”며 “축제의 경제적 성과를 측정한 사후 평가 지표를 도입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이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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