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발 묶자…식자재마트만 '훨훨'

입력 2024-08-30 17:45   수정 2024-08-31 01:30

대형마트가 지난 10년간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프랜차이즈 식자재마트가 지역 골목상권의 맹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빅3’ 식자재마트의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대형마트의 손발이 묶인 동안 식자재마트가 폭풍 성장하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식자재마트가 고객을 빨아들인다”며 또다시 규제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3대 식자재마트 업체인 식자재왕도매마트, 세계로마트, 장보고식자재마트의 매출 합계는 2014년 3251억원에서 지난해 1조680억원으로 3.2배 급증했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매출은 같은 기간 26조996억원에서 27조8078억원으로 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식자재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의 ‘대형마트 규제’를 받지 않는 면적 3000㎡ 미만 매장이다. 2012년 유통산업법을 시행한 이후 수도권 부도심과 지방의 서민 생활권에서 ‘유통 포식자’로 세력을 키웠다. 애초 도매상에서 출발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24시간 영업을 통한 온라인·전화 배송, 1인 가구 수요에 맞춘 소분 상품 등 특화 전략을 무기 삼아 일반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자재마트에 손님을 빼앗긴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처럼 식자재마트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식자재마트 규제는 또 다른 풍선효과만 낳을 뿐이라며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역차별 논란이 큰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 식자재마트와 경쟁하도록 하는 게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안정훈/김다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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