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29일 서울 연희동에서 멀쩡하게 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뒤뚱’ 하는 듯하더니 왼쪽으로 90도 가까이 기울며 땅속에 처박혔다. 80대 운전자는 갈비뼈를 다쳤고 동승한 부인은 10분간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옮겨졌다. 작년 10월엔 여의도 한복판에서 땅이 2m 넘게 꺼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30대 남성이 다쳤다. 서울에서만 최근 10년간 218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한국에서 싱크홀은 낡은 하수도관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한다. 빗물이 하수도관을 타고 흘러가는데 하수도관에 결함이 있으면 빗물뿐 아니라 주변 흙까지 쓸려가 약해진 지반이 어느 순간 꺼질 수 있다. 낡은 상수도관이 주저앉는 게 원인일 때도 있다. 소방당국은 연희동 싱크홀 원인으로 이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는 매년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을 통해 땅속에 빈 구멍이 있는지 조사한다. 올해도 8월까지 도로 5787㎞를 조사해 559개의 구멍을 메웠다. 이번에 사고가 난 도로도 지난 5월 조사했는데 그땐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 발생 10여분 전 반대편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심하게 덜컹거려 싱크홀이 의심됐다고 한다. 지반 조사를 좀 더 자주 하거나 응급 신고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길을 가다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른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나.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