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대형마트…"규모·방식 같은데 우리만 규제"

입력 2024-08-30 17:42   수정 2024-08-31 01:46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규제로 손발이 묶여 있는 동안 식자재마트가 반사이익을 보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초 전통시장 상인 보호라는 취지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매장 규모와 운영 방식이 비슷한데도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에 따른 영업시간 규제와 출점 제한 규제 등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인 SSM에만 적용된다. 대형마트를 의미하는 대규모점포는 면적 3000㎡ 이상 매장을, 준대규모점포는 3000㎡ 미만의 중형 매장을 의미한다.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등이 대표적 SSM에 해당한다. 식자재마트는 SSM과 규모나 운영 방식이 사실상 동일하다.

식자재마트는 대기업에 속해 있지 않다는 이유로 2012년 도입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은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제한되고, 월 2회 의무휴업일을 둬야 한다. 제한된 영업시간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반면 식자재마트는 24시간 영업할 수 있어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자유롭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대형마트 규제를 ‘규제개혁 1호’로 꼽았다. 지난 6월 국민의힘 주도로 영업 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야당에서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만 지정하는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등의 조례 개정을 했지만, 아직 일부 지역에 그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자재마트만 규제에서 자유로운 건 역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며 “온라인 매출 비중이 커진 만큼 규제 대상을 넓히기보다는 규제 자체를 풀어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시온/김다빈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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