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췌장암 수술 등 800개, 하반기부터 수가 올린다

입력 2024-08-30 17:57   수정 2024-08-31 01:51


전공의 이탈 사태가 터진 지 6개월 만에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의료개혁 대책이 나왔다. 중증수술 등 저평가된 필수의료 보상을 원가 수준으로 높이고 전공의 수련 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의대 증원 결정에 돌아선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당근책이다. 하지만 비필수의료 보상은 깎일 수 있어 일부 의료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필수의료 공정 보상한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30일 공개한 1차 의료개혁 대책에는 크게 △필수의료 보상 강화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역점을 둔 대목은 업무 강도 대비 보상 수준이 낮은 필수의료 수가를 높이는 것이다. 수가는 수술, 처치, 검사 등 9000여 개 의료행위를 업무량, 인건비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긴 ‘상대가치점수’에 병원, 의원, 약국 등 기관별로 매년 결정하는 점수당 단가인 ‘환산지수’를 곱해 산출한다. 현행 제도에선 의료행위 유형과 관계없이 환산지수가 획일적으로 높아져 필수의료 보상 불균형 문제가 누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수술, 처치 등 3000여 개 저보상 의료행위 수가를 2027년까지 원가의 10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뇌암, 두경부암, 췌장암 등 중증 암 수술은 필수의료에 속하지만 원가 대비 보상 수준이 평균 85%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들 중증 암 수술과 마취 등 800여 개 의료행위 수가를 올 하반기부터 높인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연간 5000억원 이상(2028년까지 2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누적 1000여 개 의료행위 수가를 상향할 예정이다.

검체 영상 등 원가보다 고보상되는 6개 분야 의료행위는 수가를 조정한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상대가치 개편 때 저보상된 수가의 인상과 함께 고보상된 수가를 균형수가로 맞추는 작업도 같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업무 부담도 경감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어줄 대책도 마련했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연속 수련 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주당 평균 수련 시간은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단축한다. 전공의 수련을 책임질 지도전문의에게는 1인당 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전환도 본격화한다. 오는 9월부터 전공의 비중을 40%에서 20%로 낮추는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중을 현행 45%에서 내년 50%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내년부터 지역 국립대병원에 연 2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고, 국립대병원 교수 정원은 2027년 1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보상금도 최대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10배로 인상한다.

정부는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5058명)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추계조정시스템 활용에 동의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의대 정원 재조정)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개혁안 논의엔 대한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참여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는 불참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이번 개혁안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수가를 올리겠다는 것은 영상 검사 등의 분야에서 수가를 낮추겠다는 의미로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필수의료를 확실하게 살리기 위해선 건강보험료 인상 등에 대한 국민 동의를 얻고 더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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