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반후프 ING 한국 대표 겸 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 인터뷰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이 기업의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필립 반 후프 ING 한국 대표 겸 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확대하려면 지속가능성 금융 조달을 통해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을 통해 경영진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게 되면 탄소배출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기업은 단순히 자금 조달에서 끝나지 않고 회사 전반의 경영과 전략, 투자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 후프 대표는 2021년 6월 ING 한국대표로 선임됐고, 3년째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ING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금융맨이다. 작년에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에 선임되며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데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ING는 오는 2027년까지 1500억 유로(약 222조2040억원) 상당의 ESG 금융 조달을 목표로 제시했다. 내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금융 조달 규모는 75억 유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기존 대비 3배 규모에 달한다. 필립 회장은 “ING가 2015년 석탄 광산에 대한 금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고, 고객을 설득하는 데 상당히 힘들었다”며 “하지만 결국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역시 장기적 목표 아래 단계적으로 구체적 계획을 세우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후프 회장은 테라 어프로치(Terra Approach, 테라 접근법)라는 ING의 내부 전환 관리 방식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라 어프로치는 녹색 대출, 녹색 채권, 고객의 저탄소 기술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협력 등을 포함해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달성을 지원하고 있다.
ING는 2040년까지 화석연료를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만 장기 목표 설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 같은 전략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ING 한국 사무실에서 반 후프 회장을 만나 ESG 경영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유럽 금융회사들이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지속가능성을 연계한 금융이 굉장히 큰 효과를 불러온다고 보고 있다.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의 경우 어떤 목표치가 설정되어 있는데, 시멘트의 톤당 탄소배출을 얼마만큼 줄일지 목표 설정을 한 뒤 금융조달 여부가 가능해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면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회사 전반의 경영과 전략, 투자에서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단순히 은행이 돈을 조달해주는 역할이 아닌 다른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도 지속가능성 연계 조달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실제 어떤 시너지가 나타났는가.
“ ING에서는 기업 고객의 CFO나 금융 쪽 부서와 대화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좀 더 포괄적으로 그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대화를 나눈다. 그 결과 고객사의 공급업체나 고객군, 나아가 지역사회에까지 긍정적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반향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기업도 이러한 노력을 좀 더 일찍 시작하면 천천히 단계적으로 그 전환을 밟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를 하고 유럽에서도 공급망 관련 실사 지침이 구체화되는 만큼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이 회사 경영의 방향을 좌우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ING의 ESG 경영활동을 소개한다면.
“ ING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E 뿐 아니라 S와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S와 관련해선 주택금융공사에서 2016년부터 소셜 본드를 발행하는데 ING가 14차례 진행한 바 있다. 국민은행을 도와 소셜 커버드본드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E와 관련해선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제조회사들이 녹색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녹색과 관련해선 해상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사업도 있지만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이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적극 지원하고 있다. ING는 다양한 산업 부문에 걸쳐 금융을 통한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테라 어프로치를 활용하는데,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트래킹을 실시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대출은 이자가 확정된 채권보다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잘 개선하느냐에 따라 조건이 달라진다. IN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촉진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대출 상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동유럽이나 중부유럽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경우 ING가 지원한다. 예컨대 한국의 기업들이 ESG와 관련한 내부적 기준을 마련하거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고,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자문을 제공한다.”
테라 어프로치를 통해 어떻게 지속가능금융을 실천하고 있나.
“테라 어프로치는 오픈 플랫폼으로 누구에게나 공개되며, 다양한 한국의 금융기관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ING와 협력하고 있는 한국의 금융회사들과는 경쟁을 넘어 기업금융이나 ESG 쪽에서 협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의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지난해 ING 본사가 있는 암스테르담을 방문했는데 꽤 반응이 좋았다.”
녹색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금융회사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NG가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금융을 많은 기업에 제공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과연 ESG를 잘 지킬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기업에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금융 제공 외에도 ING는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전기차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등의 전사적 ESG 실천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ESG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상풍력의 발전 용량을 기존 1.5GW에서 7~8GW까지 늘려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상세한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14.3GW 확보해야 하는데, 이렇게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7~8GW까지 입찰해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 정부에서도 약 420조 원 규모의 녹색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은행들도 ESG와 관련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ING는 한국 금융당국으로부터 테라 어프로치를 통해 어떻게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금융을 제공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뿐 아니라 소셜 본드 등 다양한 지속가능금융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도 실천을 하는 거다. 더 나아가 우리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앞으로 기후변화에 어느 정도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온이 1℃, 1.5℃, 2℃ 상승할 때 ING의 경우 2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를 제공할 경우 장기 대출 포트폴리오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리스크가 될지 여부를 측정하고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지속가능 관련 금융을 제공해야 하고, 그다음에 금융기관으로서 ESG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우리 자산, 즉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
ING는 지속가능금융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나.
“ING 전략의 3가지 축을 살펴보면 네트워크와 섹터별 전문성, ESG 전문성이 강점이다. 우선 한국의 기업이 유럽 등의 기업과 교류할 때 네트워크와 분야별 전문성, ESG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3가지 축을 바탕으로 지속가능금융 활동을 하는데 일관성을 갖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ING는 전 세계에서 상위 10대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금융을 조달하는 기관이고, 2025년까지 약 75억 유로의 재생에너지 관련 금융을 제공할 예정이다. 2040년까지 화석연료를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없애는 전략도 세웠다.”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도 혁신적 금융상품이 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금융상품으로 인해 산업에서도 다양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플랫폼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또 새로운 혁신적 활동이 나타나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지난 50년간 수출 산업을 육성했는데,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산업활동이 촉진되면 일자리 창출로도 나타날 것이다.”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한국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 한국 기업의 ESG 공시기준이 가능하면 글로벌 기준과 얼라인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내 어떤 특정 기준이나 표준이 도입됐는데 국제기준과 너무 차이 나면 한국 기업이 유럽 등 다른 곳에 수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은 해상풍력과 관련해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이 있다. 바닷속 지형, 풍량 패턴 등이 다르다. 바람의 패턴이나 바다 모습도 달라서 발전소를 다양하게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은 전력계통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ING는 북해를 비롯해 대만, 일본, 호주에 이르기까지 해상풍력발전에 금융 지원을 해온 경험이 있다. 한국의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지원을 공유함으로써 한국 금융 기관과 함께 이런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녹색금융 실현을 위해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 한국 금융권은 이미 녹색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해 인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올 초 금융권은 정부의 기후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3130억 달러(약 420조 원)의 녹색자금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은행권은 이러한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상품을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은 ESG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전문성을 키울 뿐 아니라 녹색금융 혁신을 위해 협업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금융기관과 함께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공동 노력을 촉진함으로써 녹색금융을 표준으로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 한국 기업의 ESG적 관점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나.
“한국의 대기업들은 더욱 친환경적이고 공평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ESG 원칙을 기업경영에 접목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며, 글로벌 지속가능성 목표와도 일치한다고 본다. 지배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실행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최근 정책은 긍정적 변화를 의미한다.
일례로 최근 논의되는 상법 제382조 개정은 기업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노력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ING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유의미한 발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가 이어지며 각국이 탄소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탄소배출량은 어느 정도인가. 유럽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 EU는 2050년까지 세계 최초의 기후중립 대륙이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 등을 제시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1990년 이후 EU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32.5% 감축했으며, 2030년까지 55%, 2040년까지 90%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규제적 조치 외에도 EU는 특히풍력·태양광발전 용량을 크게 늘리며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
다. ING 역시 에너지 전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최근 ING는 노스볼트 기가팩토리에 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녹색금융 딜(그린 파이낸싱)중 하나다.”
-브리셀 효과처럼 EU가 인권과 환경 등 다양한 국제질서를 수립하고 있다. EU가 세운 국제질서 기준의 타당성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EU는 인권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등은 높은 수준의 환경적·사회적 표준을 위한 EU의 노력을보여준다. 이러한 규제는 EU 내수시장을보호하는 것 외에도 전 세계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관행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EU의 접근 방식은 칭찬할 만하지만, 일률적 해결책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지역마다 고유한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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